[시론/김종득]과학 영재교육은 특수교육이다

  • 입력 2008년 5월 21일 03시 01분


16일 교육과학기술부는 2012년까지 고등학교 수준에서 영재교육 프로그램을 전체 고교생의 0.5% 정도까지 확대 추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부산의 한국과학영재학교 이외에 서울과학고를 영재학교로 전환하고 과학고 교육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나라에 경기과학고를 시작으로 영재교육이라는 단어가 소개된 지 25년이 지났지만 과학고 프로그램으로 영재교육의 정신을 구현하지 못했고, 여러 가지 허물과 부작용도 있었다. 그러나 과학교육에서 더 많은 학생에게 실증적이고 창의력과 상상력을 함양하는 기회를 넓혀준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제 웬만한 도시마다 영유아부터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사설 영재교육원이 있는데 새삼스럽게 무슨 영재교육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대학과 교육청은 영재교육원이나 영재학급을 설치해 초중등 수준에서 수학 과학 분야의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반면에 박태환이나 김연아와 같은 재능 있는 아동에게조차도 학교교육의 지원이 아니라 사교육으로 유지해 왔다는 것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한편 영재교육을 잘못 이해한 일부 학부모는 속진교육을 시키지 않는다고 불평을 하기도 한다. 얼마 전 모 대학 교육원에서 학생들에게 자율학습을 강조하자 학부모들은 갈 길 바쁜 아이들에게 시간을 낭비하게 할 수 없다며 자퇴를 시켰다.

수학과학 영재교육은 특수한 과학적 재능을 갖는 청소년기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교육이다. 우리나라에서 그 대상자가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 학자들은 대략 상위3% 이내에서 미국의 경우는 대략 30% 이내의 학생 중에서 영재교육 대상자를 선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지만 이는 국가별로 교육 문화환경에 따라 다르다.

그러면 고등학교 과정에서 이런 교육이 꼭 필요한 것일까. 우리는 너무 오래 진학교육에 얽매여 왔기 때문에 학생들의 적성과 흥미를 바탕으로 한 과학 진로교육 프로그램이 개발되지 못했다. 이공학자가 꿈인 청소년은 대학에서 전문교육을 받기 위해 수학과학 분야에서 튼튼한 기초지식과 역량을 키워야 한다. 영재교육은 지식의 양이나 수준을 높이는 속진교육이 아니며 부족한 개인적 역량을 보완하는 보충수업도 아니다.

영재교육은 특수교육을 필요로 하는 대상자를 찾는 데서 시작한다. 쉽게 말하면 ‘배우고 싶어 죽겠다’는 참을 수 없는 동기를 가진 학생들을 발굴하는 것이다. 단순히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사고력과 탐구능력을 갖는 학생을 찾는 것이다. 일반 학교교육으로는 이런 학생들에게 적용할 수 없어 특수교육의 주체로 영재학교를 지정하고 국가나 사회에서 지원하고 과학기술 교육에 기여하도록 한 것이다.

똑똑한 우리 아이 혹시 영재가 아닐까. 요즘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영재판별을 하는 것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한심한 일이다. 영재교육은 억지로 내 아이에게 신겨야 하는 ‘신데렐라의 유리구두’가 아니며 단지 특수교육이 필요한 재능 있는 아이를 교육하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영재교육은 대학입시라는 진학교육이 아니라 진로지도가 더욱 중요한 교육프로그램이며 학생들에게 실증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고 창의적 해결 능력을 갖도록 하는 실천교육이다. 정부나 사회는 영재교육이 우수한 재능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 그 역량을 키워서 사회에 나가도록 하는 특수교육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학기술 경쟁력이 국가와 기업의 흥망을 쥐고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어떻게 창의적인 인재를 키워 내야 하는지가 시대적 화두가 되고 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과학고나 영재학교 프로그램이 과학교육의 이상과 목적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김종득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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