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日 ‘모처럼 맞은 봄’ 互惠의 싹 틔워야

  • 입력 2008년 4월 21일 22시 57분


이명박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는 어제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실질적 협력 체제를 구축해 성숙한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이 과거를 직시하는 가운데 공동의 비전을 갖고 미래를 향해 나가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고 후쿠다 총리도 이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두 지도자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나 역사교과서 왜곡과 같은 민감한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과거’ 대신 ‘미래’를 양국관계의 중심에 놓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두 정상의 바람대로 한일관계가 정상화돼 진정한 선린(善隣)으로서 정치 경제 문화 등 전반에 걸쳐 협력과 교류를 증진하려면 신뢰를 깊게 할 행동이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 수사(修辭)에 그친다면 역대 정권들처럼 정상회담 때만 우호를 얘기하다가 회담 후엔 다시 갈등관계로 돌아가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뿐이다.

일본 측의 각성이 중요하다. 우익세력은 물론 일부 각료들까지도 일제의 한반도 침탈을 미화하는 등의 망언으로 한일관계를 훼손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우선 그런 일이 재발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또한 역사의 멍에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거 정권에서처럼 섣부른 민족주의나 정치적인 동기로 반일(反日)감정을 조장 또는 방조해서는 곤란하다.

한일관계는 그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1965년 국교정상화 당시 연간 1만 명에 불과했던 민간인 왕래가 지난해 하루 평균 1만3000명, 연간 483만여 명으로 늘어난 것이 단적인 예다. “과거는 잊을 수 없지만 과거만 갖고 오늘을 살고 더더욱 미래를 살 수 없다”는 이 대통령의 말이 옳다.

경제 분야에서도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지난 한 해에만 299억 달러에 이를 한국의 대일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지 않고서는 진정한 동반자가 되기도,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논의를 진전시키기도 어렵다. 일본은 한국의 대일 무역적자의 70%를 차지하는 부품 소재 분야에서 대한(對韓) 투자를 늘리고 기술 이전에 협조해야 한다. 이런 구체적인 현안에서 결실이 있어야 양국관계의 실질적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한일 간에 모처럼 맞은 ‘봄’이다. 호혜(互惠)의 싹을 틔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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