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조도 예의를 갖추겠다”

  • 입력 2008년 3월 18일 23시 14분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그제 취임 인사차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방문해 “노조도 예의를 갖춰 대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노조를 우습게 보는 기업이 있으면 교육을 해서라도 (파트너십을 가지도록) 깨우치겠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의 다짐처럼 노사가 격조(格調)까지 갖추고 상생을 추구한다면 나라의 미래가 한층 밝아질 것이다.

그동안 노사 충돌 현장에서는 ‘자본’과 ‘노동’의 관계를 뛰어넘고 회사의 기본적인 위계질서조차 무시한 막가파 식 폭언과 폭행이 끊이지 않았다. 작년 초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시무식장에서는 성과급 삭감에 불만을 품은 일부 노조원이 소화기를 뿌리며 난입해 사장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일어났다. 4년 전 어느 대기업에선 노조원들이 회장의 얼굴을 본뜬 인형의 목을 베는 ‘참수 퍼포먼스’를 벌였다. ‘노동’이 ‘자본’을 이처럼 적대시하는 것은 자신들의 존립 근거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나라 노조도 이제 성숙한 모습을 보일 때가 됐다.

최근 들어 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 노사 자율 합의로 무분규 임금 동결을 선언하는 사업장이 늘고 있는 것은 우리 노사관계의 긍정적인 변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LG전자 동국제강 대한항공 등 10여 개 대기업 노사가 올해 임단협을 무분규로 마무리했다. 민생과 직결되는 공공부문 노조인 서울시버스운송조합 노조는 최근 물가상승률(작년 2.5%)보다 낮은 2% 임금 인상에 합의하고 무파업을 선언했다. 수구적(守舊的) 강경 정치투쟁 노선을 고집하고 있는 민주노총 지도부도 시대에 뒤떨어지고 비틀린 구태(舊態)에서 벗어나는 게 현명하다. 악동(惡童) 노릇도 한때지, 평생을 좌충우돌로 지새워서는 구원받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국노총의 장 위원장은 “기업은 사회적 책임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힘쓰고, 정부는 공공요금과 등록금 동결 같은 물가인상 억제책을 내놓으며, 노조는 임금 동결과 생산성 향상으로 손을 맞잡는 노사정(勞使政) 공동선언을 하는 방안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노동계 지도자로서 용기(勇氣)와 대안(代案) 있는 그의 리더십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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