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천균]국회의원, 美 535명 비해 한국 너무 많아

  • 입력 2008년 2월 28일 02시 55분


국회의원 수를 결정하는데 절대적인 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각 나라의 정치적 전통과 이해관계, 그리고 문화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는 각 정당이 선거구를 유리하게 만들거나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방법으로 정권 획득 또는 정권 유지를 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어느 나라나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가거나 줄어드는 선거구역을 재구역화하는 데 정치적 이해관계와 술수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국회의원 수에 관한 국제적인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과 비교해 보면, 인구기준으로 볼 때 한국 국회의원 수가 미국 국회의원 수보다 약 3배 이상 많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은 인구 약 3억 명에 상하원 의원이 모두 535명인 데 비해 한국은 인구 약 4900만 명에 국회의원은 299명이다.

연방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은 인구가 많은 주와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주에 선거구역을 정하고 국회의원 수를 배정하는데 정치적 이해관계가 작용하고 있다.

물론 국가 간 인구비례 단순비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한국처럼 변화의 속도가 심하고 이해 갈등이 심한 나라에서는 더 많은 국민대표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민의 정서는 300명에 육박하는 국회의원 수에 부정적인 것 같다. 더군다나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을 볼 때 많은 의원이 전문성과 생산성이 낮다.

또 국민의 이해와 이익을 대변하기보다는 소모적인 정쟁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다. 결국 국회의원 수가 많아서 국민의 의견이 잘 대변되고 국민이 잘살기보다는 국회의원 수가 많아서 되레 국민이 더 힘들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새 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 적절한 시기에 선거구를 대폭 통폐합해 국회의원도 대폭 줄이고 대표성과 전문성을 고루 갖춘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작지만 생산성이 높은 국회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아울러 지역구의 한계를 보완하고 전문가의 식견을 반영하기 위한 비례대표제는 그 취지가 좋다고 해도 폐지하는 게 나을 것으로 본다. 국민이 자신의 대표자를 직접 투표로 뽑지 않는 비민주적인 제도인 데다 많은 경우 권력과 가까운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비례대표로 배정받는 경우가 많았다. 비례대표제는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비례대표 없이도 각 분야의 전문가 식견이나 소외된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미국처럼 국회 소위원회에서 청문회나 조사, 연구 등을 활성화하면 될 것이다.

김천균 텍사스 A&M대 교수 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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