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인의 법과 사회]합법적인 富와 국민정서법

  • 입력 2008년 2월 26일 03시 01분


대통령 당선 68일 만에 제17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했다. 금년은 건국과 헌법제정 60주년이라 대한민국호의 선장에 대한 기대가 넘쳐흐른다. 건국 과정의 혼란, 민족상잔의 6·25, 혁명과 쿠데타가 교차되는 간난의 세월 속에서도 대한민국은 안정과 성장을 동시에 정착시켜 세계적 이목을 끌고 있다. 때로는 탐욕적 권력자에 의해 주권재민의 민주공화국이 심각한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환력에 이른 대한국민은 더는 권력의 방종과 농단을 용납하지 않을 만큼 지혜롭다.

주권자로부터 한시적으로 수탁 받은 권력은 결코 권력자의 사적 소유물이 아니다. 권불 10년! 1987년 이래 10년의 보수정권에 이어 10년의 진보정권을 거쳐서 또다시 보수정권으로 회귀함으로써 국민의 선택이 선진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압도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정권 교체와 대통령직 교체가 일상화되면서 2003년 2월에는 “대통령 당선인으로서의 지위와 권한을 명확히 하고 대통령직의 원활한 인수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정운영의 계속성과 안정성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이 법에 의한 인수위의 업무는 새 대통령 취임에 따른 국정의 현황 파악과 취임 준비로 요약된다. 그런데 취임도 하지 않은 시점에 마치 현실적인 정권 담당자인 양 많은 정책과제를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언론에 배포하는 바람에 혼선을 자초했다.

인수위는 요란한 정책 발표에 몰입하기보다는 새 대통령의 정책과제를 조용히 다잡는 그림자 역할에 충실해야 했다. 구성 한 달 만에 인수위 피로증이 제기된 이유를 헤아려야 한다. 인수위 활동에 대한 불만은 벌써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선거 때 보여준 열화와 같은 성원에 비하면 지난 두 달은 아쉬움을 남긴다.

대통령 취임 준비의 핵심은 대통령을 보좌할 행정부 구성과 청와대 비서진의 구축이다. 아무리 유능한 실용적 인물이라 하더라도 정권 교체가 된 마당에 지난 10년간 부귀영화를 누려온 인사를 중용한다면 야당으로 고생한 사람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5공 출신 인사들의 전면 배치도 씁쓸하기는 마찬가지다. 인수위에서 흘러나온 ‘인재가 없다’는 발언은 오만의 극치다. 공직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너무 많은 인사들이 언론의 먹잇감이 되고 질병과 같은 절대적 비공개사항도 여과 없이 보도된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고나 할까.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낸 면면들이 비판의 표적이다. 인사 검증의 엔진과 잣대에 의문이 제기된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부의 형성 과정이 투명하다면 시비의 대상이 아니어야 한다. 국적선택권은 당사자의 것임에도 세계화시대에 자녀의 국적을 문제 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무릇 지도자는 법과 논리보다는 동시대의 국민정서를 헤아려야 한다. 탈법적인 부동산 과다 보유는 땅 한 평 갖지 못한 서민 대중의 박탈감을 자아낸다. 세계화시대에 외국 유학은 보편적 현상이라지만 국내 대학에 보내기도 힘겨운 이들의 가슴에는 와 닿지 않는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고위 공직자의 재산 공개를 명시한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최고 재산가로 떠오른 정성진 당시 대검 중수부장의 사직은 반면교사일 수 있다. 투명한 상속재산이 확인되었기에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렴의 상징인 부패방지위원장과 법무장관으로 등용됐다.

어려운 때일수록 통합과 소통의 혜안이 필요하다. 지도자는 국민들의 상한 마음을 보듬어야 한다.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정치는 금물이다. 이제 60년 된 국가의 대통령도 이순(耳順)의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 국민의 눈높이는 결코 허상이 아니다.

성낙인 서울대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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