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국수는 11분을 쓴 뒤 상변 가장 깊숙한 곳에 돌을 놓았다. 백 104. 검토실에선 ‘와’ 하는 탄성이 울렸다. 검토실은 곧 소란스러워졌다. 기사들은 의자를 바짝 당기며 바둑판 위로 변화도를 놓아 본다.
“그렇게 깊게 들어가도 되나. 살 데가 없어 보이는데….” “윤 국수가 뭔가 대책이 있겠지. 설마….” 설왕설래하지만 누구도 섣불리 결과를 예단하지 못한다.
2분 뒤 터진 백 106을 본 검토실에서 ‘헉’ 하는 짧은 감탄사가 퍼졌다. 이건 죽기 아니면 살기로 승부를 보자는 뜻. 기사들은 앞으로 일어날 처절한 백병전을 그리며 숨을 죽였다.
그런데 윤 국수가 손을 하변으로 돌리더니 백 108로 백 대마를 보강하고 나섰다. 검토실에서는 실망하는 어투가 이어졌다.
백이 호기롭게 쳐들어가다가 갑자기 뒷걸음질친 것에 대한 실망이었다.
“그럼, 백 104, 106은 뭐야? 완전히 헛수네.” “그러게 말이야. 이렇게 물러서려면 백 104, 106을 생략하고 참고도처럼 뒀어야지.”
대망의 흑 109가 놓여선 완연한 흑의 페이스.
윤 국수는 대국 후 백 108 대신 109의 곳을 두면 하변 백이 크게 시달릴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설사 하변 백을 죽이더라도 흑 109는 국면의 급소이자 이 판의 기세를 좌우하는 요처 중의 요처였다. 백은 126까지 뒤늦게 안간힘을 다해 보지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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