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 당선인 人事원칙 ‘과거 不問’ 맞나

  • 입력 2008년 1월 10일 23시 18분


코멘트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과거 불문(不問), 능력 우선’ 인사를 할 것이라는 얘기가 퍼지면서 정권 교체와 함께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되던 고위 공무원들이 ‘생존을 위한 줄 대기’에 앞 다퉈 나서고 있다고 한다. 이런 소문은 노무현 정권의 실정(失政)에 일정한 책임이 있는 1, 2급 공무원들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많이 합류함으로써 증폭되고 있다.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그렇다고 자의적으로 인사를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눈앞의 반면교사(反面敎師)다. 그는 상식을 무시한 ‘코드 인사’ ‘정실 인사’ ‘정략 인사’에 대한 국민과 언론의 비판이 거셌음에도 ‘대통령의 고유 권한’임을 내세워 ‘민심 거스르기 인사’를 반복했다. 자질보다는 원래 ‘코드 맨’이거나 재빨리 코드에 영합한 ‘영혼 없는 관료’들을 요직에 앉힘으로써 정부의 수준을 격하시켰고, 결국 스스로 실패한 대통령이 되고 말았다.

이 당선인의 실용(實用) 중시는 국민의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과거를 묻지 않는’ 인사를 대거 하게 되면 또 다른 의미에서 인사 실패로 귀결될 우려가 있다. 이번 대선 결과에는 10년간 좌파정권에 안겨 국정을 함께 농단하고 민생을 어렵게 만든 핵심 관료들에게도 책임을 물으라는 민의가 담겨 있다고 우리는 본다. ‘잃어버린 10년’에 지친 국민은 정권 교체를 통해 정부의 일신(一新)도 기대했을 것이다.

또 이 당선인이 선진화 시대의 진정한 주역이 되려면 시장(市場)에 열려 있고 민간친화적인 새 인물들을 최대한 찾아내 써야 한다. 이 당선인 주변의 ‘능력 있다’는 사람들 가운데 ‘시장에 호흡을 맞춰 줄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군림하고 관치(官治)하는 능력’만 있는 사람들은 새 시대에 맞지 않는다. 역대 정권의 경험에 비춰 그들 중 상당수는 보신(保身)과 처세에 능해 살아남았고, 지금도 처세와 인맥으로 한몫 보려 할 가능성이 높다.

10년간 정권을 내주었기 때문에 인재풀이 빈약하고, 인사 검증도 갈수록 엄격해져 적재적소(適材適所)의 인사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실패한 정권의 핵심 하수인들까지 다시 쓰는 것은 곤란하다. 힘이 들더라도 좋은 인재들을 더 발굴할 필요가 있다. 멀리 보고 인재풀을 확대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