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문명]異端 공영방송 KBS

  • 입력 2008년 1월 10일 20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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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공영방송 제도는 우리와 흡사한 면이 많다. 국민에게 수신료를 받으면서 동시에 상업광고를 내보낸다. 한국의 지상파 TV들이 광고 수입을 늘리기 위해 중간광고를 허용해 달라고 요구한 것처럼 프랑스 공영방송도 지난해 중간광고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공영방송은 ‘광고 없는 방송’을 의미한다. 광고 수입에 의존하면 프로그램의 상업화 등 공영성이 훼손될 여지가 많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광고를 배제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공영방송인 프랑스2, 프랑스3에 대대적인 수술이 가해진다고 한다. 광고를 폐지해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는 한편, 채널을 통폐합해 방만한 경영을 쇄신하겠다는 계획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이 문제를 발표할 정도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잖아도 영국 BBC, 일본 NHK 등 각국 공영방송에는 개혁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뉴 미디어가 속속 등장하면서 공영방송을 둘러싼 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다. 프랑스도 뒤늦게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것이다.

▷같은 시간 한국의 공영방송 KBS는 올해 예산을 적자로 편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적자를 내겠다’는 규모가 439억 원에 이른다. 적자예산을 편성했다는 것은 외부에서 돈을 빌려 회사를 운영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부족한 돈은 금융권에서 빌려오더라도 나중에 갚아야 하므로 또 국민에게 손을 벌리는 셈이다.

▷외국 공영방송의 개혁은 자구노력과 구조조정이 알파이자 오메가다. 영국 BBC는 조직을 통합해 2800명의 인원을 감축 중이고 일본 NHK는 예산의 대폭 삭감과 함께 경영 효율화를 위해 기업 경영자 출신을 회장으로 모셔 왔다. 반면 KBS는 적자 타령을 하면서도 올해 임금을 2% 올리고 프로그램 제작비를 600억 원 늘린다. 또 복지카드제 도입에 90억 원을 새로 배정했다. 구성원들은 절대 손해 보지 않겠다는 배짱이다. ‘정권 편향 방송’과 ‘상업주의’의 극단적 폐해를 보이고 있는 KBS는 세계 공영방송의 이단아(異端兒)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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