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정호]건보 개선, 국민 건강증진에 초점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건강보험을 민영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제도에 문제가 있고 개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 의료보험 체계로 자리 잡은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방향으로 변화해서는 안 된다.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사회에서 시장원리만으로 살 수는 없다. 물론 복지나 사회 보장을 강조하는 시스템에서는 개인의 행위에 대한 차별적 보상이 주어지지 않아 효율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으므로 보완은 필요하다. 현대의 질병은 다음과 같이 예방이 중요하고 건강과 질병에 개인의 책임이 크다는 점에서 국민건강보험제도 개선에는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과거에는 병균에 의한 전염성 질병이 사망의 주요 원인이었으나 현대에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당뇨병 암 등 비전염성 질병이 많다. 이런 현대적 질병은 한번 발병하면 완치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야 하므로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비용이 많이 든다. 당연히 치료보다는 예방에 초점을 둬야 한다.

둘째, 현대의 질병은 유전적 원인도 있지만 불건강한 식생활, 과도한 음주 및 흡연, 스트레스의 영향을 받는다. 개인의 행동습관과 그와 관련된 사고방식에 의해 발생하고 악화된다는 점에서 상당 부분 개인의 노력에 따라 예방이 가능하다.

셋째, 의료보험에서 건강보험으로 명칭을 바꿀 때는 건강보험이 단순히 질병의 치료만이 아니라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하는 제도여야 함을 감안했다. 건강검진 서비스는 이런 목적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건강보험의 재원은 국민의 질병 치료뿐만 아니라 건강 증진에도 사용해야 한다.

종합적으로 봐서 건강보험제도는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에 초점을 두어 보험 가입자인 국민 개개인이 질병을 일으키는 행동을 줄이고 건강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습관을 바꾸도록 유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건강검진에서 질병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사람은 운동이나 스트레스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하고, 그렇게 하지 않을 때는 보험료를 인상하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 1년 동안 크게 아프지 않아서 건강보험료만 내고 건강보험급여를 받지 않은 사람에게는 수영장이나 헬스클럽 이용 쿠폰을 주는 등 보상 전략을 수립하는 방안이 좋다.

건강보험료를 인상하되 모든 가입자에게 운동이나 스트레스 관리 등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쿠폰이나 카드를 지급하는 전략도 세울 수 있다. 건강보험 가입자의 건강 증진 행동에 대해 보상하는 방식으로 건강보험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익을 가져다 준다.

우선 질병 발생의 원인이 되는 건강하지 못한 행동이나 습관을 버리고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증가한다. 질병 발생이 줄어 건강보험 비용이 감소한다. 게다가 건강 증진 행동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이 좋아지고 행복지수가 높아진다. 국민의 건강 증진과 삶의 질 향상은 결국 국가경쟁력의 향상으로 이어진다.

새 정부가 시장원리와 사회보장의 정신을 조화롭게 살려 향후 5년 동안 국민의 건강과 행복이 증진되고 질병으로 고통 받는 국민이 줄어들기를 바란다.

김정호 덕성여대 교수 건강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