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무현만 희생양 만들려는 비겁한 여권 사람들

  • 입력 2007년 12월 20일 22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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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의 정대철 공동선대위원장은 어제 선대위 해단식에서 기자들을 향해 “정동영이 아니고 노무현이 대상이었다”며 웃었다. 정동영 후보가 아니라 노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심판의 대상이었다는 얘기다. 오충일 대표가 “정 후보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한 것도 노 대통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졌다는 뜻이 아닌가.

신당과 친여(親與) 세력으로선 선거 결과에 참담했을 것이다. 명색이 ‘50년 정통야당’이 51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에서 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이 컸을 것이다. 정통야당의 맥이 끊길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패인(敗因)을 온통 노 대통령 탓으로만 돌리는 행태는 군색하고 비겁해 보인다.

일부 친여 매체들은 하룻밤 사이에 태도를 바꿔 경쟁적으로 ‘노무현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정치화된 매체들의 속성이 원래 그런지는 몰라도 그 약삭빠르고 천박한 염량세태에 환멸을 느끼게 된다. 친노(親盧), 친여 인사 누구도 패배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 모습을 보여 주지 않으니, 그들이 왜 국민에게 외면당했는지 역설적으로 알 것도 같다.

노 정권의 수혜자들로서 5년간 누릴 것 다 누리고 선거 패배의 책임은 노 대통령에게만 돌리는 그들은 과연 이번 선거에서 무엇을 했는가. 정 후보만 해도 왜 자신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를 설명하기보다는 네거티브에만 매달렸다. 그가 정계 입문할 당시 김대중(DJ) 대통령은 서울지역 출마를 권했지만 그는 쉽게 당선될 수 있는 고향을 고집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친노, 반노를 왔다 갔다 하다가 후보 단일화에 매달렸고 막판엔 DJ의 품속에서 ‘목포의 눈물’을 불렀다.

노 정권 5년에 대한 평가를 떠나 적어도 노 대통령은 그러지 않았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통일민주당으로 정치를 시작했지만 YS의 3당 합당을 거부했다. 양지(陽地)를 마다하고 사지(死地)인 줄 알면서도 부산에 출마해 네 번 낙선했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바보 노무현’이다. 친여, 친노 사람들은 그런 그를 희생양으로 만들고 있다. 그들에게 거듭 실망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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