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허영]이제 국민을 편안하게 해 주자

  • 입력 2007년 12월 2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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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투구의 대선은 끝났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으로 뽑혔다. BBK 관련 동영상 공개와 그를 수사 대상으로 하는 특검법의 국회 통과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내년 2월 24일까지 법률에 따라 응분의 예우를 받으며, 대통령직 인수를 위해 필요한 권한을 행사하며, 인수위원회를 구성하고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후보자를 물색하는 등 헌정 질서의 연속성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정치적 법적 활동을 하게 된다.

대통령 당선자의 신분 보장에 관한 명문 규정은 없다. 공직선거법이 정하는 대통령 선거 후보자의 신분 보장에 관한 규정의 취지로 볼 때 대통령 당선자는 적어도 그 정도의 신분 보장은 받는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대통령 선거 후보자에게는 장기 7년 이상의 자유형 등 중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현행범이 아니면 체포 구금하지 못하게 하면서 대통령 당선자에게 그 정도의 신분 보장을 하지 않는다면 상식에 어긋난다.

상식과 법의 정신에서 본다면 이명박 특검법은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이 법을 강행 처리한 정치적인 의도는 도외시한다 하더라도 법을 통과시킨 국회의 입법 절차도 문제려니와 법의 내용도 적지 않은 헌법적 논란의 여지가 있다.

여권, 국민의 ‘이명박 선택’ 존중을

특검법은 이명박 개인을 겨냥한, 특정인을 처벌하기 위한 명백한 처분적 법률이므로 법치 선진국의 기준에 따른다면 그 자체로 위헌성이 짙다. 개정 형사소송법의 재정 신청 제도에서 강조한 소추기관과 심판기관의 분리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특검 추천의 일반적 관행을 깨고 심판기관인 대법원장이 소추기관인 특검을 추천하게 했기 때문이다. 영장 없는 참고인 강제 구인 제도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이다.

특검법에 따라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내년 대통령 취임 전에 수사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대통령 취임 후에는 모든 소추와 재판 절차가 정지될 수밖에 없다. 헌법은 대통령에게 재직 중 형사상 특권을 부여한다. 내란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통령이 국정에 전념하도록 하는 것이 나라를 위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헌법적 결단이다.

더욱이 모든 의혹과 특검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이명박 후보자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민주적 정당성의 의미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임기 말 국회가 야당의 불참 속에 통과시킨 특검법의 규범적인 효력보다는 특검법에도 불구하고 그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주권자의 정치적인 의지가 우선한다고 보아야 한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의 일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노 대통령이 취임 후 좌충우돌적인 정치 행태로 국민의 지탄을 받긴 했어도 취임 1년밖에 안 되는 대통령을 임기 말의 국회가 탄핵 소추한 데 대해 국민은 총선에서 탄핵세력을 엄중하게 심판했었다.

국민은 이제 정치적인 안정을 바란다. BBK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는 미진하지만 더 문제 삼지는 말고 재판 과정을 지켜보자는 것이 다수 국민의 뜻이다. 국민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이 일로 대선 과정에서 겪었던 혹독한 시련을 거울삼아 앞으로는 모든 언행에 신중하며 사리사욕을 버리고 오로지 국민과 나라의 이익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범여권이 대통령 당선자를 계속 물고 늘어져 정치적 분란을 이어 가는 것이 내년 4월 총선 전략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일 수 있다. 대선에서 표출된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최선의 길은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서 특검법을 폐기시키는 일이다. 그것을 기대할 수 없다면 범여권이라도 특검법 페지 법률안을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

위헌 소지 ‘특검법’ 나라 안정 해쳐

그것은 지는 싸움이 아니라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차원 높은 큰 정치가 될 공산이 크다. 이제는 여야를 떠나 무엇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편하게 해 주는 일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국민은 막가파식 정치 싸움과 끝없는 BBK 소음공해에서 해방되고 싶다.

허영 헌법재판연구소 이사장·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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