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세직]안보 대통령을 기대한다

  • 입력 2007년 12월 2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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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혼란스러웠다. 후보들도 어지럽긴 마찬가지였다. 과연 우리 손으로 우리 대통령을 뽑을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국민은 현명했다. 그리고 의연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위기 앞에서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는 한민족의 근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새 대통령의 탄생을 축하한다. 이제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소신껏 투표한 국민 모두가 승자다. 너의 대통령 나의 대통령도 없다. 오직 우리 대통령이 있을 뿐이다.

역대 대통령이 강조하는 국가 목표는 민주 경제 안보 등이었다. 새 대통령은 경제 대통령을 자임했다. 그러나 안보 없는 경제, 안보 없는 민주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열심히 벌어서 금고에 쌓아두었는데 자물쇠를 잠그지 않는다면…. 새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안보 대통령이 되어 주길 기대하며 다음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국정의 최우선 과제는 안보여야 한다.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헌법에 손을 얹고 선서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그렇다. 대통령의 제일 소임은 국가보위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모든 국민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으면서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국가 안보다. 국가 없는 국민이 어떤 대우를 받는가는 누구보다도 우리 민족이 잘 안다. 우리 스스로 수난의 역사, 현장에서 겪었던 처절한 체험을 통해서다. 사람들은 정의 없는 힘은 폭력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힘이 없는 정의는 폭력보다 무가치함을 어찌하랴.

둘째, 국군장병을 자식처럼 사랑해야 한다. 군의 장병은 개개인 부모의 자식인 동시에 국민 모두의 자식이다. 그래서 국민의 군대라고 한다. 따라서 국가원수인 대통령은 국군 통수권자이자 국군장병의 어버이다. 부모의 사랑을 잃은 아이가 탈선하듯 대통령의 사랑을 못 받는 장병에게 최선의 임무 완수를 기대할 수 없다.

우리는 혹한의 전선에서 얼어붙은 장병의 두 손을 붙잡고 격려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조국을 위해 싸우다 전사한 장병의 영결식에서 굵은 눈물을 떨어뜨리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어려운 국정에 처할 때마다 국립묘지의 비석을 끌어안고 지혜를 구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셋째, 역전의 용사를 어버이처럼 모셔야 한다. 반만년의 민족사에서 국난에 처할 때마다 목숨 바쳐 싸운 역전의 용사가 없었다면 과연 나라가, 국민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은 이 나라를 지켜온 역전의 용사를 어버이처럼 모셔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군인연금에 본인이 부담하는 기여금이 없다. 국가가 그들의 노후를 책임지기 때문이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독일은 참전용사는 물론 가족의 생계까지 국가의 책임을 명문화했다. 호주는 참전용사가 아플 경우 보훈 지정 병원에서 즉각 헬기가 날아간다. 부국(富國)의 결과로 강병(强兵)을 이룬 게 아니라 강병(强兵)을 바탕으로 부국(富國)을 이룬 것이다.

월 7만 원의 참전수당으로 쓸쓸한 노후를 보내는 참전용사의 모습이 내일의 내 모습이라면 누가 과연 유사시에 전쟁터로 뛰어들려 하겠는가? 부디 새 대통령은 ‘안보를 튼튼히 한 대통령’으로 후세에 남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군복 입은 우리 장병이 국민의 박수를 받으며 자랑스럽게 종로 네거리를 활보하는 그런 세상을 보고 싶다.

박세직 대한민국재향군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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