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기홍]美전문가 “DJ가 왜 전쟁론을…”

  • 입력 2007년 11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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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월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미국 워싱턴 방문을 앞두고 주미 한국대사관 직원들은 진땀을 흘려야 했다. 격에 맞는 인사들과의 면담을 주선해야 하는데 섭외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 박해받던 시절 DJ에 대해 워싱턴 인사이더들이 보여 준 호의에 비하면 지금은 차이가 크다”는 한 원로 전문가의 말처럼 김 전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별로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세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고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어 버린 햇볕정책”(조지타운대 교수)이나 “대북 송금 등 변칙적인 방법 동원”(미 의회 관계자) 등이 호감도와 관심을 떨어뜨렸을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 김 전 대통령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한 전문가는 28일 기자에게 “DJ의 ‘전쟁 발언’ 원문을 좀 구해 줄 수 있느냐”고 요청했다.

“50년 전으로 되돌리는 정권…잘못하면 전쟁의 길로까지 끌고 가는 것이 된다”(22일·창작인포럼), “햇볕정책 외에는 대안이 없다. 이것 안 하려면 그럼 전쟁하자는 것이냐”(27일·북한대학원대) 등의 발언을 전해들은 것이다.

내친김에 4명의 한반도 전문가에게 ‘보수세력 집권 시 전쟁론’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

“현재 한국의 경제 규모, 주변국 세력 관계 등을 종합할 때 한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전쟁을 향해 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스탠퍼드대 연구원)

“이회창 씨 등장 이후 한나라당의 대북 정책이 기회주의적으로 옮겨 다니지만 한나라당이 지난번 내놓은 대북 정책은 미국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보다도 더 진보적인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

“한반도 평화와 북한의 개방을 목표로 한 정책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자신의 ‘햇볕정책’을 제외하곤 다 적대정책으로 여기는 논리가 엿보인다.”(전 행정부 관리)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수한 처지가 맞물려 전개되는 북-미관계의 진전을 햇볕정책의 성과물로 해석하는 것 같다.”(싱크탱크 연구원)

한 전문가는 ‘공포 전술(scare tactic·안보 공포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것)’이란 표현도 썼다. “과거 그런 전술의 피해자가 이제 그 전술을 이용하는 건지, 아니면 실제로 그런 걱정을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는 말과 함께.

이기홍 워싱턴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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