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 정부는 ‘고급 두뇌’ 돌아오는 나라 만들어야

  • 입력 2007년 11월 29일 2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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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집계하는 두뇌유출 지수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급 두뇌가 빠져나가는 국가로 꼽힌다. 1995년엔 7.53점(10점은 인재의 완전 유입, 0점은 완전 유출)으로 세계 4위의 두뇌유입 국가였으나 지난해에는 4.91점으로 58개국 가운데 38위로 급락했다.

국내 고급 인력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해외 인재들은 한국을 외면하는 인재 공동화(空洞化) 현상은 국가 경쟁력에 심각한 손상을 입힌다. 최근 국력이 급속히 커진 나라 중에 우리 같은 두뇌유출 국가는 없다. 두뇌 유치 경쟁에서 져 버리면 선진국 진입은커녕 현상 유지도 장담할 수 없다.

각국은 인재 유치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올해 100만 달러를 들여 미국 대학에 유학을 오라는 TV광고를 중국과 인도에 내보냈다. 중국은 ‘축소인봉(築巢引鳳·둥지를 지어 봉황을 끌어들인다)’ 전략 아래 외국에 나가 있는 인재들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보수와 주택 및 자동차 제공, 소득세 감면 혜택을 주며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인도는 이중국적을 인정해 미국과 유럽에 있는 자국 인재들의 귀국 의지를 북돋우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인도는 IMD의 두뇌유출 지수가 1996년 3.07점에서 지난해 6.76점으로 급상승(유입 급증)했고 아일랜드는 5.15점에서 8.14점으로 올랐다. IMD 집계에서 상위를 차지한 미국 노르웨이 핀란드는 모두 부자나라들이다.

현재 외국 대학에 유학 중인 한국 학생은 사상 최대인 21만7000명에 이른다. 미국에서 이공계 박사학위를 받은 우리 전문 인력 가운데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 정착하는 비율이 46%에 달한다. 현 정부의 평등주의적 대학 통제와 공교육 정책으로는 우수한 두뇌를 모국으로 회귀(回歸)시키기 어렵다.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두뇌들이 귀국을 꺼리는 데는 한국 공교육의 질이 떨어져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을 시키기 어렵다는 이유도 있다. 공교육 시스템을 개혁하고 해외 명문대 유치도 서둘러야 한다.

우수 두뇌 유치는 차기 정부의 핵심 정책과제가 돼야 한다. 애국심에만 호소할 수는 없다. 세계화 마인드를 갖춘 최고 인재들은 좋은 대우와 근무 여건을 제공하는 곳으로 국경을 넘나들며 이동한다. 글로벌 수준의 대우와 인센티브를 보장하고, 외국 출신 인재들에게도 한국에서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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