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 비자금 폭로, 진위 확인이 우선이다

  • 입력 2007년 11월 26일 22시 58분


코멘트
삼성 비자금 의혹을 제기해 ‘삼성 특검법’의 발단이 됐던 김용철 변호사가 어제 다시 기자회견을 하고 “내가 직접 겪은 일”이라며 한 걸음 더 나간 주장을 했다. 그는 비자금 조성 방법과 용도, 중앙일보와 삼성의 분리, 분식회계 및 전환사채 문제 등에 대해 언급하면서 관련 인물의 실명까지 거론했다. 그러나 삼성 측은 “허위 왜곡 과장된 주장을 거듭한 것에 불과하다”며 법적 대응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어느 쪽이, 그리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종잡기 어렵다.

김 변호사는 삼성 비자금 600억 원대를 이건희 회장의 부인과 친인척들이 고가의 미술품을 구입하는 데 썼다며 미술품의 리스트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삼성은 “미술품을 미술관에서 구입할 때는 미술관 자금으로, 홍라희 관장이 개인적으로 구입할 때는 개인 자금으로 구입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1999년 삼성그룹의 중앙일보 분리는 이 회장의 주식지분을 매입할 능력이 없던 홍석현 회장에게 명의 신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위장 분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은 홍 회장 본인 자금으로 취득한 것이 맞다고 했다. 진상 규명 이전에 속단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김&장 법률사무소가 허위사실 조작에 적극 가담했다는 주장에 대해 삼성은 “적정한 변론을 받고 정당한 대가를 지급했으며 수십억 원을 자문료로 지급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김&장의 대응이 주목된다.

김 변호사가 하필이면 삼성 특검법이 통과된 시점에 단독으로 이런 사실을 추가폭로 했는지 그 배경도 의문이다. 청와대가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기 위해서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잇단 폭로로 기업과 경제를 불안하게 하기보다는 이미 수사에 착수한 검찰에 협조하는 것이 더 당당했다고 본다.

결국 이 모든 의혹과 공방은 수사를 통해 진위를 가릴 수밖에 없다. 김 변호사의 주장이 허위로 드러난다면 엄중한 민형사 책임이 따라야 할 것이다. 삼성 역시 비자금 조성과 분식회계가 사실로 드러나면 사회적 지탄과 함께 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