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박세필]줄기세포 연구, 주저앉을 순 없다

  • 입력 2007년 11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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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생명공학기술(BT) 시대로 일컬어진다. 수많은 난치성 질환을 장기이식이 아닌 세포이식을 통해 치료하려는 세계 생명공학계의 열기가 대단하다. 이와 관련해 11월 한 달 동안 언론에 연이어 보도된 해외 줄기세포 연구 업적은 우려했던 일이 아니었나 싶다.

‘네이처’에 따르면 최근 미국 오리건대 미탈리포프 박사 연구팀이 원숭이에서 체세포 핵이식 배아복제 방법으로 줄기세포를 얻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 결과는 영장류에서 성공했다는 의미로 인간에게 적용할 경우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 생산이 가능함을 보여 줘 주목을 받았다.

또 미국과 일본 연구팀은 인간 피부세포에 네 가지 유전자를 바이러스에 실어 주입한 후 활성화하는 방법으로 줄기세포를 수립하는 데 성공했다고 ‘사이언스’와 ‘셀’이 각각 발표했다. 지금까지 수정 혹은 체세포 핵이식 후 4, 5일 된 배아에서만 얻을 수 있었던 다분화능 배아줄기세포도 이제는 분화를 마친 체세포에 유전자 조작을 통해서 얼마든지 환자맞춤형 특정분화 세포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물론 앞의 연구는 원숭이 난자 304개를 사용해 2개의 배아줄기세포를 생산했으므로 생산율을 제고하는 문제와 인간에게 적용할 경우 인간 난자의 확보 방안 문제가 남는다. 후자의 경우는 유전자 운반체로 사용하는 바이러스와 주입된 유전자의 과(過)발현에 따른 종양세포의 발생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면역거부 반응을 해소한 줄기세포라도 환자를 실질적으로 치료하려면 특정 장기에 이식할 분화세포기술을 개발하고, 질환 모델 동물에 대한 이식 효과를 검토하고, 환자이식용 세포의 안전성을 검토하는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한국의 줄기세포 연구 실상은 어떠한가. 황우석 사건은 최근 2년여 동안 이 분야의 총체적인 침체를 가져왔다. 또 연구윤리 강화에 따라 개정된 생명윤리법 시행령은 인간 난자의 사용 범위를 체외수정 시 수정되지 않아 폐기 예정이거나 적출 난소에서 채취한 ‘잔여 난자’로 한정해 영국에서도 허용한 이종 간 체세포 핵이식 연구 금지로 이어져 연구의 폭을 더욱더 제한했다.

정부가 앞으로 10년 동안 3000억 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과감한 줄기세포 지원육성 정책에도 불구하고 배아줄기세포 연구비는 2005년 82억 원에서 2006년 70억 원, 2007년 59억 원으로 줄었다.

또 그동안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배아줄기 세포연구와 체세포 핵이식기술 연구가 축산, 수의, 생물학과 등 이공계 연구원의 연구영역이란 점에서 볼 때 올해 농림부의 배아 성체연구 지원액(6억5000만 원)으로는 대체기술 개발을 통한 지속적인 세계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전 세계적으로 정부와 의약계, 바이오 업체는 난치병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줄기세포 연구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중이다. 일례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향후 10년 동안 30억 달러의 막대한 자금을 줄기세포 연구에 투자하는 방안을 주민투표로 통과시켰다. 국민과 정부 및 기업의 적극적인 지지와 후원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보여 주는 대목이다.

줄기세포를 필두로 하는 생명공학 연구는 차세대 한국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중요 연구 분야다. 정자 없이 체세포만으로도 생명체가 탄생하는 시대에 이종 간 체세포 핵이식이 반수반인(半獸半人)의 탄생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버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세포 치료술에 부응하는 발상의 대전환을 통해 줄기세포 연구가 재도약하길 다시 한 번 기대해 본다.

박세필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장 미래생명공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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