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칼럼]5년 뒤 우리 아이들이 살 나라

  • 입력 2007년 11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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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세대는 자신들이 가장 불우한 세대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산업화 50대, 60대는 물론 민주화 386도 좋은 시절 못 누리고 아래위로 치인다고 억울해한다. 그래도 대학 졸업 무렵 외환위기를 맞아 사회 첫출발부터 인생이 꼬였다는 ‘IMF세대’ 30대, 아직도 20대 태반이 백수인 이태백 20대엔 못 당한다.

첫 초등학생이 ‘죽음의 세대’로

다음 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는 고3 학생들은 대한민국의 첫 초등학생이었다. 일제의 잔재라는 ‘국민’ 대신 ‘초등’을 새로 붙인 교문을 들어서면서 희망찬 정규교육을 시작했다. 그들이 지금은 유별난 대통령의 평등교육 이념 때문에 첫 ‘죽음의 트라이앵글’ 세대가 됐다.

5년 뒤 이들이 맞을 나라가 이번 대선에 달려 있다. 각자가 원하는 세상은 가치관에 따라 다를지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아무리 드높은 이상을 품었더라도 일자리를 못 구해 방바닥만 긁을 형편이라면 마음의 평화는 없다는 사실이다.

세계화로 통합된 세상에서 일자리가 나올 수 있는 정책은 이미 세계적으로 통하고 있다. 대선 주자들이 각자의 이념과 가치관, 수준에 따라 다양한 공약을 내놓는 건 자유다. 하지만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랬다. 집권욕에 남의 인생을 놓고 장난치면 벌 받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6월 ‘OECD 고용 전망’에서 제시한 일자리 해법은 유연한 노동시장, 실업자 재훈련과 재취업에 실업급여를 정밀하게 연계한 사회복지다. 정부가 할 일은 노동자가 글로벌 경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 경쟁력 잃은 산업과 기업, 일자리 자체를 제 돈도 아닌 혈세로 보호하는 게 아니다. 잘나가는 분야, 특히 서비스산업의 진입 장벽을 없애 경쟁을 자극하면 일자리와 생산성, 임금이 오른다는 강한 증거가 있다고 했다.

독일이 그 예다. 5년 전 0.6%, 4년 전엔 전년 대비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냈던 독일은 올해 40여년 만에 드디어 0.1%의 첫 재정흑자를 올린다고 최근 슈피겔지가 전했다. 경제가 살아나면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가장 많은 취업자 수를 기록할 만큼 고용이 늘고, 이들과 기업이 내는 세금까지 늘어난 덕분이다. 이 ‘성공의 교과서적 케이스’가 정권 교체 때문만은 아니었다. 2005년 말 우파정권이 들어서 분위기를 바꿔 놓은 건 사실이지만 성공의 씨앗은 전임 좌파정권이 2003∼2005년 도입한 ‘어젠다 2010’이라는 신자유주의 개혁이다. 이념과 상관없이 ‘되는 정책’을 택함으로써 정권은 잃고 나라는 살린 것이다.

신자유주의를 공산주의보다 사악한 이데올로기로 몰아붙이는 것 역시 자유다. 그러나 탈규제, 민영화 없는 나라에 내외국인 투자는 일어나지 않는다. 큰 정부든 작은 정부든 정부의 역할은 시장 주도에서 시장에 대한 친절한 지원으로 바뀐 지 오래다.

자식까지 먹여 살리지 않으려면

세계화와 함께 달라진 정부 역할을 아는 나라는 아프리카든 독재국가든 경제 성장을 했다. 요즘은 독재자들도 영악해져서 경제가 잘 돌아가야 정권이 유지된다는 걸 안다. 기업과 시장경제를 적극 지원해 성장을 거듭하는 중국과 러시아, 싱가포르, 나이지리아가 대표적이다. 그놈의 경제가 무에 중요하냐며 국민을 계도하려 드는 대선 주자도 있을 것이다. 먹고사는 데 지장 없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소리다.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로 세금 낼 인구는 줄고 부양할 인구는 무섭게 는다. 내 노후도 불안한데 다 큰 자식까지 늙도록 먹여 살릴 순 없다.

5년이면 개인은 물론 나라의 운명도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시간이다. 수능 준비에 목매단 고3 학생들은 아직 투표권도 없다. 대선 정국이 아무리 요동치고 정치가 환멸스럽더라도, 자식 뒷바라지한 정성만큼은 투자해 대선 공약을 따져 봐야 한다.

김순덕 편집국 부국장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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