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직업 고르기, 멀리 보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 입력 2007년 11월 7일 2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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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직업능력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초중고교생이 희망하는 직업 1위는 교사, 초중학생의 인기 직업 2위는 의사였다. 의사와 법조인은 과거부터 인기가 높은 직업이지만 공무원과 교사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인기 직업으로 떠올랐다. 기업에 근무하던 사람들이 구조조정을 당해 줄줄이 실업자로 내몰리자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고 퇴직 후에는 후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공무원과 교사를 선호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인기 직업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인기가 높은 교사직도 지금 같은 저출산 추세로 학생 수가 줄어들면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시대가 닥칠 수 있다.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부모의 경험과 가치관에 근거해 자녀에게 권유한 직업이 10년, 20년 뒤에도 좋은 직업으로 남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경제학자들은 “미래에는 평생 5번가량 커리어플랜을 새로 짜야 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말한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미래 사회에선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아이들을 준비시키고 그것조차도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하는 학교는 학생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식정보산업이 더 발달하고 생산과 소비를 동시에 하는 프로슈머(prosumer)경제가 확대되면 전문직업인의 세계에 커다란 변화의 물결이 몰려올 것이다. 로스쿨이나 메디컬스쿨 같은 교육기관의 신설과 정원 증가도 공급 확대를 불러 인기 전문직업의 판도를 바꾸어 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학 관련 엔지니어는 초중학생의 희망 직업에 아예 없고 고교생 희망 직업에만 9위로 올라 있다. 이공계 기피 현상을 거듭 확인시킨다. 이 점에서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정부 정책이 중요하다. 과학기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과감한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 9급 공무원 채용시험이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현상은 비정상이다. 공무원 철밥통을 깨고 공무원연금도 국민연금 수준으로 내려와야 한다.

법조인 의사 공무원 교사직에만 우수한 인재들이 몰리면 한국 경제의 국제경쟁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미래 사회의 모습과 다양한 직업의 세계에 대해 배우고 생각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정부와 부모 그리고 학생 모두 멀리 내다보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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