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종수]공기업 빚 101조원 늘었다는데

  • 입력 2007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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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이 임계치를 넘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참여정부에서 공기업의 빚이 295조8000억 원(2006년 말 현재)으로 101조 원(52%)이나 늘었다. 공기업의 빚이 중앙정부 일반회계 예산을 훌쩍 뛰어넘는 천문학적 규모에 이른 것이다.

‘낙하산 인사’가 만든 부실경영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공기업은 임금과 성과급 지출을 늘리고 임직원을 대폭 늘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28억 원의 흑자를 낸 공기업은 흑자 규모보다 훨씬 큰 37억 원을 성과급으로 나눠 먹었는가 하면, 심지어 5000억 원의 적자를 내면서도 ‘경영실적’ 성과급을 300%씩 나눠 준 공기업도 있었다. 이런 방만 경영을 보면서 국민은 누구를 위한 그리고 무엇을 위한 공기업인지 회의하지 않을 수 없다.

공기업의 주 목적은 민간부문에서 공급하기 힘든 공공재와 공공서비스를 기업 방식으로 생산·공급하는 데 있다. 공기업의 경영원칙은 공공성과 기업성의 구현에 있다. 이윤의 원천이 자연독점에 기인하는 공기업의 지나친 흑자 기록도 공공성 가치의 훼손으로 볼 수 있으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은 사기업처럼 효율적인 방식으로 공공재를 생산해야 할 책무를 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공기업은 방만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로 국민에게서 부여받은 신탁을 저버리고 있다. 참여정부 5년간 공기업에 대한 정부지원금은 34조 원에서 48조8000억 원으로 44% 늘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방만한 경영으로 부실해진 공기업의 부채를 국민 세금으로 메워 준 셈이며, 공기업은 국민의 피와 땀으로 저들만의 잔치를 벌인 셈이다.

공기업 부실경영의 원인은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낙하산’으로 상징되는 공기업 인사의 난맥상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공기업 경영의 비전 부재와 철학의 빈곤에도 책임의 일단을 돌릴 수 있다.

공기업의 경영혁신은 권력 핵심의 낙하산 인사 근절 의지로부터 이루어질 수 있다. 공기업 임원 자리가 정치식객들에게 나눠 주는 전리품으로 인식되는 한 경영개선은 기대할 수 없다. 아무리 중립적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한다고 한들, 그것이 낙하산 인사를 합리화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그친다면, 그리고 임원인사가 경영 성과와 상관없이 낙하산으로 이루어진다면 무슨 경영혁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일하는 정부’를 내세우는 노무현 정부는 ‘공공성’ 강화를 명분으로 공공부문의 확장 정책을 추구해 왔다. 국민의 시각에서는 일부 공공임대주택의 확대 외에는 ‘공공성’의 강화를 느낄 수 없으며, 더욱이 막대한 부채를 기록한 방만한 경영에서는 ‘기업성’을 찾아볼 수가 없다. 기획예산처에서 공개한 288개 공공기관의 인사자료를 보면 지난 4년간 공공기관의 인력은 평균 12.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일부 기관에선 50% 가까이 늘어났다. 그리고 공공기관 자체의 수도 참여정부 들어 28개 늘어나고, 신설을 추진 중인 것도 11개라고 한다.

민영화 처방 적극 고려해야

제국건설(empire building)을 지향하는 관료들은 끊임없이 공공부문의 팽창을 추구한다. 그러나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국민은 적정규모의 공공재 생산을 원한다. 국민의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순수공공재를 준공공재의 영역으로 몰아내고 준공공재를 민간화·민영화하는 것이 오늘날의 세계적 추세이다.

정치권력과 공무원이 공기업의 경영혁신을 추진할 의지와 역량이 없다면, 국민은 혈세로 운영되는 공기업을 더는 저들의 잔치자리로 방치할 수 없다. 적극적인 민영화가 그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종수 한성대 교수·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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