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희균]“수능이 코앞인데 특별조사라니…”

  • 입력 2007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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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실정을 안다면 이렇게 하겠습니까. 입시 업무에 코피를 쏟는 직원들도 있는데….”

2학기 수시 논술 점수를 정리하느라 주말 내내 학교에서 보냈다는 서울 한 사립대의 입학처 직원은 “3주째 하루도 못 쉬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6일부터 열흘간 수도권 사립대 12곳에 대한 편입학 실태 특별조사에 돌입한다는 소식을 접한 해당 대학 관계자들은 “사실상 입시 업무를 마비시키는 행정”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물론 대학 관계자들도 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 부인의 편입학 관련 의혹의 불똥이 대학가로 튈 것이라는 걸 예견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구조적인 편입학 비리가 드러난 것도 아닌데 개인 차원의 부정 의혹만 갖고 모든 대학이 입시 비리를 저지른 것처럼 취급한다는 것이 대학들의 불만이다.

2학기 수시 선발 작업이 절정에 달해 입학처의 불이 꺼질 새가 없는 시기이다 보니 대학으로서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논술에 이어 면접, 인·적성검사, 학생부 점수 변환 등 복잡하고 빽빽한 수시전형 일정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2학기 수시 선발인원이 정시 모집보다 많아 전체 모집정원의 절반 이상이고, 처음 실시되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등급제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대학마다 지원자가 늘어 관계자들이 입시 관리로 파김치가 된 상태다.

A대 입학처장은 “타 부서 직원까지 끌어와 도시락을 먹으며 밤을 새워도 모자라는 판에 4년치 편입학 자료를 정리하려면 입시는 올스톱될 판”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15일 실시되는 수능 관리에 촉각이 곤두서 있는 대학학무과는 편입학 특별조사까지 겹쳐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형편이다. 감사인력 25명과 국립대 감사인력풀 10여 명을 동원해도 열흘간 12개 대학을 동시에 조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B대 입학처장은 “교육부와 대학이 청와대 조치로 동병상련의 처지가 된 것 같다”고 되레 조사기관을 ‘걱정’하기도 했다.

대학의 잘못이 있다면 마땅히 조사해야 한다. 하지만 대학의 처지도 살펴야 한다. 대학이 절대 거부할 수 없는 조사를 하면서까지 이렇게 밀어붙이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희균 교육생활부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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