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자를 民願人으로 만든 盧 정부의 언론 탄압

  • 입력 2007년 11월 5일 22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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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주말 서울 종로구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 2층 로비 바닥에 출입기자들이 임시로 설치, 운영하던 송고 시설마저 기습 철거했다. 기자들이 퇴근한 틈을 타 야밤에 개인 사물까지 걷어 갔다. 사물을 20일까지 가져가지 않으면 버리겠다는 협박성 공고도 붙였다.

지난달 11일에는 11개 부처 송고실의 인터넷과 전화선을 끊고 자물쇠를 채우더니 이제는 기자들이 자비로 마련한 송고 시설까지 치워 버린 것이다. 이로써 부처 안의 기자실은 몇 안 되는 통합브리핑 룸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라졌다. 기자실 대못질이 마침내 완료된 것이다.

국정홍보처는 또 어제부터 새 출입증을 발급받지 않은 기자들은 일반 민원인처럼 청사 입구에서 공식 면회신청 절차를 밟아야 청사에 들어갈 수 있게 했다. 이렇게 되면 기자가 누구를 만나는지가 기록으로 남게 돼 자유로운 취재는 사실상 봉쇄된다. 부처 출입을 통제해 기자들을 복잡한 방문수속을 거쳐야 하는 민원인으로 전락시키려는 언론 탄압의 극치다.

이미 각 부처는 홍보처의 방침을 빌미로 노골적인 취재 통제를 하고 있다. 외교부는 기자들에게 e메일을 보내 “취재 목적 이외 면담 요청에는 응할 수 없다”고 통보했고, 교육인적자원부는 어제부터 출입기자들에게 제공하던 보도자료 e메일 서비스를 중단했다. 국방부에선 일선 부대 숙소 건립에 써야 할 병영생활관 예산을 기자실 이전 비용으로 돌리기까지 했다.

정부가 내세운 이런 허울뿐인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에 대해 언론은 지난 몇 달 동안 줄기차게 저항했다. 정치권은 물론 국제언론인협회(IPI)와 대한변협 대한언론인회 등 국내외 많은 단체가 이에 동참했지만 정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밀어붙였다. 이 정부의 반(反)민주, 반언론자유 행태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더럽히고 있다.

외교부 출입기자들은 어제 다시 차가운 로비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임시 기자실을 마련했다. 우리는 이들과 함께 이 정부의 언론 탄압에 맞서 국민의 알 권리를 원상회복하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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