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유종]신뢰 무너뜨린 ‘검찰의 거짓말’

  • 입력 2007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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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총장 부인의 뇌물 수수 의혹과 관련해 2일자 모든 조간신문은 오보를 했다.

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의 부인에게 2억 원을 건넨 학부모 김모 씨가 이미 1일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는데도 신문들은 김 씨가 다음 날 소환된다고 보도했다.

구본민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의 말을 기자들이 너무 순진하게 믿은 것이 오보로 이어졌다.

현재 서울서부지검에는 함구령이 내려져 구 차장검사를 빼면 검찰의 수사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

검찰은 1일 “이번 주 주요 참고인을 조사하나 1일 소환자는 없다”고 했다. 2일 항의하는 기자들에게 검찰은 “김 씨를 오후 늦게 불러 미처 알려 주지 못했다”는 군색한 해명을 내놓았다.

이에 앞서 서울서부지검은 ‘신정아 게이트’를 수사할 때도 쌍용양회 김석원 명예회장의 소환 사실을 끝까지 숨겼다.

지난달 26일 김 회장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게 구 차장검사는 “김 회장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 변호인과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이미 25일 귀국해서 26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물론 구 차장검사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수사 상황을 조목조목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피의사실 공표이며 압수수색의 경우 정보가 언론에 미리 노출되면 해당자들이 범죄 증거를 미리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의자의 거짓말을 밝혀내야 할 검찰의 고위 간부가 하루 이틀 뒤면 진실이 드러날 사안에 대해 태연히 거짓말을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지금까지 검찰 간부가 ‘침묵’이나 “확인해 주기 어렵다”는 말로 기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을지언정 거짓말을 하는 예는 과문한 탓인지 들어본 일이 별로 없다.

이는 오보의 대가가 얼마나 심각한지 누구보다도 검찰 스스로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검찰이 수사 상황을 전달하는 언론 창구로 고위직인 차장검사를 내세운 것도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인한 오보의 피해를 최대한 막아 보기 위한 조치이다.

사소한 것이라도 검찰 간부의 잦은 거짓말은 결국 검찰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검찰의 수사 결과에까지 불신을 키우는 화근이 될 수 있다. 신뢰는 한번 깨지면 쉽게 회복되지 않기에 더 소중한 것이 아닐까.

이유종 사회부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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