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회창 씨, 미련의 窓 닫아야 할 때다

  • 입력 2007년 10월 26일 03시 03분


코멘트
10년 전 신한국당(현 한나라당)은 이회창 총재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아들의 병역기피 논란 등 네거티브 공세에 휘말려 지지율 하락에 직면했다. 결국 이 후보의 지지율이 10%대 초반까지 급락하자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이인제 씨가 대안론(代案論)을 업고 탈당해 독자 출마했다. 이인제 씨는 좌파에 정권을 헌납한 ‘우파의 죄인’이 됐다.

지금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만약 이 전 총재가 대권 3수(修)에 도전한다면 10년 전 이인제 씨보다도 훨씬 큰 죄인이 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때는 이인제 씨의 독자 출마가 좌파에 처음으로 정권을 선사하는 결과가 됐다. 그렇지만 이번에 이 전 총재가 독자 출마해 자신도, 한나라당도 정권 탈환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좌파의 세 번째 집권을 돕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 전 총재는 자신에게 주어진 집권 기회 두 번을 다 성공으로 이끌지 못했다. 1997년과 2002년 대선 기간, 그에 대한 유권자 지지율이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 지지율보다 높은 적이 거의 없었다. 그는 5년 전 노무현 후보에게 패배한 뒤 “저는 큰 죄를 지었다. 이제 정치를 떠나고자 한다”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자신이 당을 살리지 못했음을 알았기에 “모든 게 제 불찰이고 제 책임”이라고 했을 것이다.

지금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도 네거티브 공세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여론 지지율은 50%대 초중반으로 큰 변화가 없다. 10년 전 이인제 대망론이 나왔던 상황과는 다르다. 그리고 8월 20일 유종(有終)의 미(美)를 거둔 이번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은 여권(與圈)의 어느 경선보다도 성숙하고 흠결이 적었다. ‘정통성을 확보한’ 경선이었다.

이 전 총재는 그제 ‘대한민국 사수 국민대회’에 참석해 “이 몸을 던져 자유민주주의의 정체성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그는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나중에 얘기하자”며 즉답을 피했다. 자신이 총재를 지낸 당의 경선에서 합법적 후보가 나왔는데도 마치 그 후보의 중도 낙마를 기다리는 듯이 출마설을 방관하고 있다면 다수 국민이 곱게 볼 리 없다.

노 대통령의 실정(失政)이 반사적으로 이 전 총재에 대한 아쉬움을 키운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그것이 ‘그가 다시 대통령에 출마해야 할 이유’는 아니다. 역사는 과거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