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후보들 ‘노무현式 파행 인사’ 안 할 자신 있나

  • 입력 2007년 10월 2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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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출신인 이재용 씨는 열린우리당 당적으로 17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환경부 장관에 기용됐다. 그러나 9개월 만에 장관직을 그만두고 다시 대구시장 선거에 나섰지만 또 떨어지자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 임명됐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를 공개 지지한 덕이다.

이 씨 후임으로 환경부 장관이 된 이치범 씨는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 나선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돕기 위해 장관직을 박차고 나갔다. 그는 지난 대선 때 노 후보 시민사회특보를 지냈다. 환경부 공무원들은 장관 자리가 정치인들의 정거장으로 이용되는 꼴을 보며 일할 맛이 떨어질 것이다.

중앙인사위 국감 자료에 따르면 이 정부에서 임용된 장관 75명 중 30명(40%)이 대통령 측근,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출신 등이다. 정치적 동기로 장관직을 그만둔 사람은 역대 정권 중 가장 많은 18명이다. 이러고도 국정 수행이 제대로 된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다른 정부 요직과 공기업 사장, 감사, 심지어 사외이사도 상당수 코드, 보은, 정실 인사로 채워졌다. 임기 내내 주요 직책이 대선 승리의 전리품처럼 분배된 것이다. 노 대통령이 집권 초 큰소리쳤던 ‘시스템 인사’ ‘적재적소 인사’는 실종되다시피 했다. 다면평가 개방형공모제 인사추천제니 하는 것들은 허울 좋은 포장이거나 들러리를 세우기 위한 편법으로 변질됐다.

전문성과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장(長)으로 앉아 정치판이나 기웃거리는 조직이 정상 가동될 리 없다. 지난 4년 8개월간 이런 시대착오적이고 폐쇄적인 인사가 이어졌다. 국가 경영을 제대로 하려면 좋은 정책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올바른 인사가 먼저다. ‘인사가 만사(萬事)’라고 하는데 이 정부의 인사는 망사(亡事)가 돼 버렸다.

대선 후보들의 공약 가운데 인사정책에 관한 것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이 정권의 파행 인사를 반면교사로 삼아도 시원찮을 판에 ‘박범훈 중앙대 총장 사태’에서 보듯 오히려 그럴 소지를 키워 가고 있다. 대선 후보들은 노무현식 전리품 인사, 파행 인사를 안 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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