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업 主夫’의 사회학

  • 입력 2007년 10월 22일 2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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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은 지난해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육아와 가사를 맡고 있는 남성이 15만1000명이라고 어제 발표했다. 2003년의 10만6000명에 비하면 3년 새 42.5%나 늘어났다. 우리 사회의 변화를 실감하게 된다. 살림하는 남성이 많아진 것은 남성 가장(家長)이 취업할 만한 일자리는 줄어드는 대신 여성의 사회 진출은 늘어난 결과다.

원하든 원치 않든 남성이 여성의 역할이었던 내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전통적 가족의 약화, 양성평등 의식의 확산 등 시대 변화를 보여 준다. 가부장제의 토대인 ‘남성이 처자식을 부양해야 한다’는 성역할 고정관념은 고용환경의 변화와 함께 눈에 띄게 약해지고 있다. 남녀 중 누구라도 상황에 따라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는 의식은 대량 실직을 부른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확산됐지만 지식정보화 사회에 맞는 합리적 선택이기도 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경제성장 동력은 대졸 고학력 여성의 취업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고학력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9%로 OECD 평균인 82%에 크게 못 미친다. 30개국 중 27위다. 주된 원인이 육아와 가사라는 여성의 전통적 역할 때문이었는데 이것이 남성의 협조로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이다.

살림하는 남성은 전문직 여성과 여성이 연상인 커플의 증가 등 새로운 트렌드의 산물이기도 하다. 남성이 살림을 하는 경우는 여성이 풀타임 직장에 다니고, 남성이 파트타임 직업을 가진 부부 중에 많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일하는 여성, 살림하는 남성’은 선진국에서는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육아와 가사는 경제적 가치로 잘 환산되지 않는 돌봄 노동에 속한다. 돌봄 노동은 여성의 전유물도 아니지만 남성이 경쟁력이 있는 분야도 아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한쪽은 일하고, 한쪽은 살림만 하고는 살기 어려운 세상이다. 남녀가 함께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육아환경을 마련해 주고 돌봄 노동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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