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선 후보들, 정부·공공 개혁 公約 내야

  • 입력 2007년 10월 19일 23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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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는 집권 후 558차례에 걸쳐 공무원을 늘리거나 조직을 개편하면서 공공 부문의 낭비와 비효율을 키웠다. 4년여 사이에 공무원이 5만7000여 명 늘었고 이에 따른 인건비만 연간 5조 원이 더 나갔다. 수많은 위원회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다 파악되기는커녕 그 이름조차 다 외우는 사람이 드물 것이다. 비대한 정부와 공조직에서 줄줄 새는 것은 세금이다. 급증한 조직과 인력이 ‘일하는 흉내’를 내느라 하는 업무의 상당 부분은 민간의 활력을 좀먹는 규제(規制) 신설이다.

정보통신부의 민군(民軍) 겸용 기술 개발 사업에 239억 원이 투자됐지만 벌어들인 기술이전료는 4200만 원이다. 0.2%도 안 되는 수익률이다. 민간기업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5개 지방국토관리청이 3년간 도로 설계를 506차례 바꾸는 바람에 공사비가 1조5000억 원 증가했다.

공기업 민영화는 중단되고 임직원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는 상식을 뛰어넘는다. 국가청렴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법인카드로 이른바 ‘카드깡’을 해 400만 원을 현금으로 챙기는가 하면 골프공, 양주 같은 개인용품을 구입했다. 공기업끼리 ‘타락 경쟁’이라도 벌이는 듯한 양상이다. 퇴직을 앞둔 지자체 공무원 4038명은 ‘공로 연수’ 명목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오느라 112억 원을 썼다.

공공 부문의 방만과 비효율은 전후방 연관 효과가 커서 민간의 의사결정을 왜곡하고 시장원리를 훼손한다. 자체의 낭비에 그치지 않고 경제 전체에 그늘을 드리운다. 어느 나라든 경제 개혁을 하려면 정부 및 공공 부문 개혁부터 시작한다. 뉴질랜드 아일랜드는 물론이고 영국 독일 프랑스 등 경제 우등생들이 모두 걸었던 길이다. 노무현 정부는 ‘혁신’을 입버릇처럼 외치면서도 정부·공공 개혁은 외면했다.

다음 정부가 할 일은 명백하다. 과감한 공공 부문 수술로 국민 부담을 줄이고 민간 부문의 창의와 역동성이 제고되도록 도와야 한다. 선진국에는 없는 기구로 반민주적인 언론 탄압을 자행하는 국정홍보처도 새 정부에서는 즉각 폐지하는 게 옳다.

정부 및 공공 개혁은 정권 초기 1, 2년 안에 성공하지 못하면 힘들다. 온 국민을 다 잘살게 해 주겠다는 ‘말잔치’보다 진정한 공공 개혁이 국민을 위해 필요하다. 차기 대통령이 되려는 후보들은 각자의 결단을 밝히고 국민의 평가를 받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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