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석호익]비주류-소수자의 힘 이끌어내야 미래 있다

  • 입력 2007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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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에서 열린 메가트렌드 연구발표회에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몰렸다. 연구발표회의 테마는 ‘소수자의 부상과 다양성에 기초한 사회 통합’이었다. 정보통신부나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개최한 행사치고는 상당히 독특하고 다소 어려운 제목의 이 연구발표회에 쏠린 관심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행사를 마친 뒤 나는 이것이 정보기술(IT)을 보는 새로운 관점에 대한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단적으로 표현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지금까지 IT는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사회시스템을 효율화하는 수단으로 인식돼 왔다.

인터넷에서 은행 일을 보고 편지를 쓰고 서류를 떼고 온라인쇼핑을 하면서 우리는 시간을 절약하고 비용을 절약하는 방법을 배웠다. 동시에 웹에 자신의 글과 사진을 올리면서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신기하게도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 사람과 새로운 사회관계를 맺는 즐거움을 함께 배웠다.

많은 사람이 인터넷에서 친구를 찾고 위안을 찾아야 했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과거 오프라인에서 수직적 소통구조가 작은 목소리를 묵살하고 수평적 소통을 막았던 현실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IT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이제는 작은 일부터 큰일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의견을 개진하고 사회구성원 모두가 과거에는 묻혀 있던 소수자의 목소리를 쉽게 감지할 수 있게 됐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모두가 볼 수 있게 되자 마치 사회갈등이 많아진 듯이 보이기도 했다. 묻어 둬야 할 것이 많은 사람이 보기에는 소수자의 사회적 현전(social presence)이 높아진 현상은 그리 흐뭇하지 않을지 모른다. 지난 반세기 동안의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는 경제성장을 위해 하나 된 힘을 강조했고 단일민족의 저력과 동질성을 으뜸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국민의 일치단결을 외치는 목소리에 소수자의 다른 의견은 ‘기타’로 분류되거나 국론을 분열시키는 내용으로 취급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네트워크 사회로의 전환은 쓸모없다고, 사회 통합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된 작은 힘을 수면 위로 끌어내고 있다. 특이한 취향을 가졌기에, 주류와는 다른 생각을 가졌기에 ‘비정상적’이라고 내몰렸던 소수자가 이제 온라인에서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혁신과 창의적 사고의 주역으로 주목받는다.

다가오는 네트워크 사회는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으로 취급받지 않는 곳,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내는 가운데 집단지성이 구현되는 곳, 딱딱하고 굳은 조직 대신 유연한 네트워크가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들어졌다가 사라지는 곳이 될 것이다.

미래사회를 예측하고 설계하는 일은 언제나 힘들다. 하지만 예측은 틀릴 때도 의미가 있다. 인간은 예측된 미래를 기준으로 삼아 자신의 실천양식을 바꿔 나가기 때문이다. 소수자의 기여를 인정하고 이들을 포함해서 미래를 설계하는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번 연구발표회에 대한 높은 관심은 정부로 하여금 기술이 세상을 바꾼다는 기술결정론에 매몰되지 않고 더 나은 사회 통합이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이를 위해 어떤 기술이 더 좋을지를 고민하라는 목소리로 들렸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주류와 비주류, 다수자와 소수자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소통하고 협력하는 모습이 우리 사회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는 확신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석호익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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