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밀실 논의로 로스쿨 혼란 키운 교육부

  • 입력 2007년 10월 18일 21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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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총입학정원을 2009년 1500명에서 시작해 2013년까지 2000명으로 늘리겠다고 국회에 보고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대학들은 3000명 이상이 돼야 한다며 반발이 거세다. 교육부는 국회 보고 하루 만에 총정원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혼란이 생긴 데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공청회 한 번 열지 않고 밀실에서 정원을 주무른 교육부의 책임이 크다.

법무부 법원행정처 대한변협 등 법조계의 입김이 작용한 듯하다. 1500명 안(案)은 법조계가 주장한 정원에 거의 근접해 대학들의 불만이 클 것이다. 그렇지만 경쟁적으로 로스쿨 투자를 해 놓고 정원을 대폭 늘려 달라고 떼쓰는 대학들의 요구에도 무리한 측면이 있다.

로스쿨 법이 교육부가 총정원을 국회에 보고하도록 한 것은 국회의 의견을 반영하라는 취지라고 봐야 한다. 교육부가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과 협의하고 국회에 형식적 보고만 하려고 한 것은 국회의 권위를 무시한 처사다. 청와대에서는 법무비서관실이 이번 사안을 주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때문인지 천호선 대변인은 즉각 “교육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교육부 안을 편드는 듯한 논평을 내놓았다.

1개 로스쿨에 150명 정도를 지역별로 균등 배분하겠다는 정부의 균형 논리 역시 찬성할 수 없다. 로스쿨은 소송 중심의 전통적인 법률가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이나 금융 및 무역거래 국제관계 분야에서 필요한 전문 법률가를 길러 낼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다. 다양한 분야의 법률 전문가를 양성하려면 150명 정원으로는 모자란다. 교수 시설 등 교육 여건과 학문의 전통을 고려하지 않고 대학에 정원을 균등 배분한다는 발상으로는 국제경쟁력을 갖춘 로스쿨을 만들 수 없다.

교육부는 본래 내년 3월까지 로스쿨 인가를 마무리하려다가 이번 정부의 임기 안에 마치기 위해 두 달이나 앞당겼다. 서두르다 보니 공청회도 못 열고 무리수를 범한 것 같다. 이번 정부가 해서는 안 될 이유도 없지만, 여론 수렴 절차를 무시해 가며 허겁지겁 서두를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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