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구자룡]‘경쟁속 화합’ 중국의 상생정치

  • 입력 2007년 10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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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다음으로 등장하고 후 주석보다 먼저 퇴장한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당 대회 입장과 퇴장 순서는 곧 권력 서열을 의미한다. 따라서 장 전 주석의 영향력이 후 주석의 집권 2기에도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는 당 대회가 끝난 다음 날인 22일 17차 당 대회 중앙위원회 1차 중간회의 회의장에 등장하는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중에서 누가 어떤 순서로 입장하는지를 보면 확연히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장 전 주석 계열인 시진핑(習近平) 상하이 시 당서기가 후 주석 계열의 리커창(李克强) 랴오닝 성 당서기를 제치고 급부상해 앞으로 두 세력이 권력투쟁 또는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15일 당 대회를 통해 읽어야 할 또 다른 중국의 모습이 있다.

이날 행사에는 ‘당 대회 주석단’이란 신분으로 장 전 주석을 비롯해 리펑 주룽지 리루이환 웨이젠싱 리란칭 등 15대 상무위원 전원이 나왔다. 더욱이 1976년 마오쩌둥 사망 후 실권을 장악해 1980년까지 총리를 맡다 덩샤오핑에 의해 축출됐던 화궈펑(86) 전 총리도 참석했다.

또 이날 행사에서 묵념을 할 때 거명된 6명의 원로 지도자 중에는 문화혁명 당시 마오쩌둥에 의해 숙청된 류사오치 전 총서기도 포함됐다.

최근 서울에서 만난 중국의 한 원로 언론인은 ‘경쟁 속에서도 화합 상생하지 않으면 13억 인구의 대국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는 고민과 안목이 담겨 있다고 풀이했다. 마오쩌둥이 정적을 숙청하면서 문혁이라는 광풍을 몰아온 것을 교훈 삼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그는 최고 권력자가 물러난 전임자를 배려하는 만큼 ‘거인(전임자)의 어깨 위에 올라타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후 주석 후계자를 사상 처음으로 경쟁을 통해 선발할 것으로 알려진 것은 새로운 실험이라 할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아직 폐쇄적이지만 지도층 내부에선 나름의 경쟁과 상생의 권력 장악, 분배 메커니즘을 통해 권력 교체기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있다. 중국의 일반인이 ‘그들만의 정치’라며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오직 잘살기’에만 몰두해도 급성장 과정에서 큰 혼란이 없는 이유다.

구자룡 국제부 차장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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