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DMZ 몇 발짝, 김 위원장과 악수 몇 번의 原價

  • 입력 2007년 10월 17일 2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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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남북공동선언을 보면 “숨이 막힌다”는 국민이 많다. 두 정상이 합의한 서해평화협력지대 설치, 경제특구 건설, 개성공업지구 2단계 개발, 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안변 남포 조선협력단지 건설 등을 이행하려면 대체 얼마나 많은 돈이 들까. 그 돈이 모두 내가 낸 세금에서 나갈 테니 납세자로서 왜 가슴이 답답하지 않겠는가.

걱정한 대로 남북경협 견적서가 눈 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두 정상이 합의한 경협에만 10조2600여억 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권영세 한나라당 의원은 어제 국회에서 재정경제부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의뢰해 작성한 ‘한반도 경제발전전략과 남북경협 추진계획’을 인용해 “2022년까지 15년간 67조2000억∼116조8000억 원의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이해봉 의원은 “통일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향후 남북경협 비용은 총 114조 원이 될 것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정상회담 후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고 있는 크고 작은 대북사업도 하나같이 엄청난 비용을 청구하고 있다. 단천지역 자원개발특구의 인프라 비용 1조 원, 남북문화공동체 예산 5조 원, 대북송전 예산 19조 원 등 끝이 없을 정도다. 노무현 대통령이 비무장지대(DMZ) 30m를 걸어서 군사분계선(MDL)을 넘고, 김정일 위원장과 몇 차례 악수한 대가가 이렇다.

그런데도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어제 국회에서 “이 돈은 혈세가 아니고 우리 경제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혁 개방은 북한이 스스로 할 것이지 우리가 요청할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가 과연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 받는 대한민국 장관인지 의심스럽다.

그의 말대로 천문학적인 액수의 대북지원이 우리에게도 중요하려면 그 돈은 반드시 북의 개혁 개방을 촉진하는 데 쓰여야 한다. 이를 통해 북녘 동포들의 삶이 나아지고, 북이 자유롭고 민주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확신이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고작 김 국방위원장 1인 폭압체제의 연장만 도울 뿐이다. 임기 말 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몇 시간 만나고 왔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이 그 비용까지 지불해야 할 의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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