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윤종]한류, 100m 달리기서 마라톤으로

  • 입력 2007년 10월 12일 03시 03분


코멘트
“한류…, 예전 같지 않아요. 서로 사겠다고 난리였는데….” “과도기예요.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나갈 수 있을 겁니다.”

프랑스 칸에서 12일까지 열리는 방송영상 프로그램 견본시 ‘MIPCOM 2007’에서는 한류의 앞날에 대한 서로 다른 목소리가 이어졌다. 올해 MIPCOM에는 KBS를 비롯해 100여 개국 4000여 개사가 참가했으며 행사장 곳곳에서 드라마 등을 둘러싼 구매 계약 상담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곳에서 만난 국내 관계자들은 ‘한류 위기론’부터 제기했다. 한국 드라마를 수입해 온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의 구매 현황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김영원 SBS 사업본부 콘텐츠1팀장은 “한류 드라마 가격이 비싼 데 비해 자국 내 시청률은 기대치를 밑돌아 구매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콘텐츠의 품질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MIPCOM을 비롯해 일본이나 중국에서 한류 드라마의 가격은 미국 드라마보다 2배 이상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MIPCOM에서 진행된 한류 드라마의 상담 총액은 지난해 536만 달러에 비해 크게 하락할 것으로 국내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6월 중국 상하이TV페스티벌에서도 상담 총액이 2006년 977만 달러에 비해 3분의 1로 줄어든 바 있다.

하지만 청신호도 있다. 한류에 대해 아시아의 관심이 시들해진 반면 중동권 아프리카 러시아에선 큰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터키 국영방송 TRT가 연말경 ‘대장금’을 방영할 예정이며 아프리카 가나의 TV3는 ‘궁’을 구입했다. 이스라엘의 도리는 ‘커피프린스 1호점’을 계약했다. MIPCOM 서울지사의 대표 서니 김 씨는 “한류가 중남미의 인기 드라마 ‘텔레노벨라’처럼 세계적인 인기를 얻을 가능성도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텔레노벨라’ 스크리닝 행사에서는 ‘주몽’ ‘커피프린스 1호점’ 등 한국 드라마 24편의 시사회가 잇따라 열리기도 했다.

한류 드라마가 아시아를 넘어 중동 아프리카로 확산되는 것은 반가운 현상이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고조되는 한류의 위기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일시적인 바람에 그칠 공산이 크다. MIPCOM 현장에서는 ‘한류가 위기냐 아니냐’는 말보다 ‘한류는 이제 100m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는 이야기가 가장 많이 나왔다. 길게 보고 알차게 가자는 뜻이다.―칸에서

김윤종 문화부 zoz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