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신일 부총리, KAIST 개혁 보며 自省은 않나

  • 입력 2007년 10월 3일 21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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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주도하는 대학 개혁이 교수사회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면서 국민의 호응을 얻고 있다. KAIST는 정년보장 신청 교수의 40%를 탈락시킴으로써 ‘철밥통’ 소리를 듣는 교수사회에 경쟁 분위기를 조성했다.

서울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도 이번 2학기 교수 승진심사에서 예년보다 많은 대상자를 탈락시켰다. 승진 대상 교수 11명 중 단 2명만 승진시킨 서울대 자연과학대 오세정 학장은 “교수들에게 철밥통이 허용되는 한 서울대 발전은 없다”고 말했다. 한번 교수면 평생 교수가 돼 연구와 강의에 소홀한 풍토를 비판한 것이다. 교수사회 개혁은 공정하고 엄격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경쟁 시스템을 제도화해 심화 발전시켜야 한다.

오 학장은 “서울대의 자율성이 강화돼야 교수 사이에 경쟁을 시킬 수 있다”며 교수 한 명을 증원하는 데도 교육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현실을 비판했다. 자율은 대학개혁의 중요한 토대다. 교육부 규제의 틀 속에 갇힌 서울대는 발전이 정체될 수밖에 없다.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KAIST의 개혁은 대학의 국제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교수 임용과 승진 기준 강화는 교육부도 권장하는 사안이라며 “KAIST식 개혁은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맞는 얘기다. 그러나 김 부총리는 과연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 노무현 정권은 시대역행적 평등 이념에 사로잡혀 행정적 재정적 통제를 무기로 대학 발전과 경쟁력의 기본인 자율성을 침해했다. 그 선봉에 선 사람이 바로 김 부총리다. 그는 심지어 대학 입시에서 내신을 많이 반영하라고 강요하면서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려대의 입학 정원을 감축하겠다고 엄포까지 놓았다.

이 정부에서 강화된 대학 규제와 고교 평둔화(平鈍化) 정책으로는 국제경쟁력을 갖춘 대학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우수 교육을 받기 위해 해외로 나가는 행렬이 길어질 뿐이다. 김 부총리는 KAIST 개혁을 칭찬하기 전에 교육의 정치화 코드화에 들러리를 선 데 대한 반성부터 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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