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정아 人脈의 검은 거래’ 全面 수사해야

  • 입력 2007년 9월 14일 2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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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씨 사건은 고위 관료와 가짜 박사의 스캔들을 훨씬 넘어서 국가재정을 축내고 청와대 권력을 남용한 권력형 비리 의혹 사건이다. 더욱이 신 씨 주변에서 벌어진 갖가지 일은 대통령정책실장을 단독 배후로 보기 어렵게 하는 내용들이다. 이 사건의 여러 정황은 ‘더 큰’ 그리고 ‘복수(複數)일지도 모르는’ 몸통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키우고 있다.

청와대는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관련된 이 사건에 대해 거짓 브리핑을 일삼으며 그를 감쌌을 뿐 아니라 도둑이 매를 드는 격으로 ‘법적 대응’ 운운하며 언론을 협박했다. 검찰은 신 씨의 학력 위조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수사에 늑장을 부리고 출국금지 조치도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신 씨에게 해외로 도피할 기회를 준 셈이다. 검찰이 청와대 눈치를 보며 수사를 미적거리다가는 한통속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변 씨는 기획예산처 장차관 및 대통령정책실장으로 있는 동안 부적절한 관계를 지속한 신 씨를 위해 직권을 오남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변 씨 혼자 신 씨를 지원하고 비호했다고 보기 어려운 정황이 한둘이 아니다. 이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풀기 위해서 다른 배후 인물이나 유력 인사의 개입은 없었는지를 밝혀내는 것은 지극히도 당연하다.

언론 취재와 검찰 수사를 통해 변 씨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가짜 박사인 신 씨를 사립대 교수로 임용되게 하고,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선정되도록 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신 씨 자신도 “변 실장 정도가 권력 배후면 난 수도 없이 많다”고 주장했다. 신 씨의 광범위한 인맥(人脈) 구도에서 변 씨가 어떤 위치였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밝혀야만 사건의 전체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동국대는 신 씨를 교수로 임용한 시기를 전후해 교육인적자원부의 각종 특성화사업 대상 학교로 선정돼 막대한 정부 예산을 지원받게 됐다. 기업들은 줄줄이 신 씨의 기획 전시회에 후원금을 내거나 미술품을 사 주었다. 이 과정에서 변 씨 혼자의 힘만 작용했는지, 아니면 더 큰 힘이 작용했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변 실장을 감싼 데 대해 “난감하게 됐다”고 사과 아닌 사과를 하던 날 권양숙 여사는 변 실장의 부인을 불러 따로 만났다. 여러모로 부적절한 만남이었다. 변 씨 부인은 언론에 “(권 여사가) 힐러리처럼 대처를 잘하라”고 말했다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권 여사가 그를 만난 의도와 오랜 시간 나눈 대화의 내용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청와대가 언론의 공연한 의혹 부풀리기로 몰아붙여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 사건은 검찰의 독립성과 수사 역량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시험대다.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검찰은 정공법 수사로 진실의 전모를 규명해야 한다. 검찰 수사가 한계에 부닥치면 특검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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