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택]정상회담 특별수행원

  • 입력 2007년 9월 1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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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2일 남북 정상회담 때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평양에 갈 수행원은 150명이다. 2000년 6월 정상회담 때의 수행원 130명보다 20명이 많다. 수행원 중에 장관과 대통령비서관 등 공식수행원 13명과 경호, 의전, 회담 실무를 담당하는 일반수행원 90명은 회담 개최에 꼭 필요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정치 경제 사회·문화 여성 등 분야별로 선발한 특별수행원 47명은 딱히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이다. 대부분 북측 인사들과 비공식 간담회나 하는 정도다.

▷통일부가 발표한 특별수행원에는 친노(親盧) 및 좌파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됐다. 통일부는 “남북관계 발전에 실질적 협의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선정했다”고 하지만 수긍하기 어렵다. 노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간판급 노사모 회원인 배우 문성근 씨만 해도 그렇다. 박 회장은 “신발협회 회장을 세 차례나 지냈다”는 게 이유고, 문 씨는 “남북 영화 교류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라지만, 임기 말 ‘제 식구 챙기기’ 인상을 씻기 어렵다.

▷5일 노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자문위원단 오찬도 강만길 전 고려대 교수와 백낙청 전 서울대 교수 등 이 정권이 자기편으로 꼽는 사람들 일색이었다. ‘듣고 싶은 말만 듣겠다’고 작심한 게 아니라면 자문위원단 면면이 그럴 순 없다. 대통령은 오찬에서 “제가 남북문제와 통일문제에 관해 많은 훌륭한 분의 의견을 듣는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고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편 가르기 행태를 지겹게 본 국민이 그 말을 믿을지 모르겠다.

▷2000년 정상회담은 우리 내부에 ‘남남 갈등’이라는 이념의 골을 깊게 파 놓았다. 뒷날 노 대통령까지도 취임사에서 “정책의 추진 과정에서 더욱 광범위한 국민적 합의를 얻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그는 “국민 참여를 확대해 초당적 협력을 얻겠다”고 다짐했다. 이 약속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자신이 취임사에서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을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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