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납골당의 미래고객

  • 입력 2007년 9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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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둥켜안고 울었잖아/난 당신 보내기 싫다 했고/당신도 나 혼자 놔두고 가기 싫다 했는데/당신 좋아하던 가을이 와서 좋은데/많이 아프다가 떠난 겨울이 조금 있으면 오니까/난 이 가을이 싫어” “매일 아침 눈 뜨면 엄마가 너무너무 보고 싶어/날 깨우는 목소리가 너무너무 그리워/엄마 품이 그리워” “철없는 아들 용서해 주세요/할머님 할아버님 큰아버님 고모님들 모두 안녕하시죠/아버지 생전에 할머니 생각 참 많이 하시고 울고 하셨는데/할머니 사랑 많이 받으세요”.

▷납골당 인터넷 사이트에는 ‘하늘로 보내는 편지’가 즐비하다. 이승의 아내와 딸, 아들 등이 저승의 남편과 어머니, 아버지 등을 그리워하는 글을 남긴다. 어느 사연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애절함을 담고 있다. 죽음이 갈라놓은 이별, 그 슬픔을 적는 이곳에선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때가 되면 누구나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야 하고 자신도 떠나야함을 아는 까닭이리라. 평소엔 그것을 잠시 잊고 살 뿐이다.

▷분묘 대신 납골당에 안치하는 새 풍습은 풍수지리설과 숭유(崇儒)사상을 중시하는 전통문화 차원에서 보면 이단(異端)이다. 하지만 매장풍습은 국토의 이용과 자연환경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개선이 필요한 구습이다. 화장(火葬) 캠페인 덕분에 화장률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1991년 17.8%에 불과하던 것이 10년 뒤인 2001년엔 무려 38.3%로 높아졌고, 2005년엔 52.6%로 화장이 매장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2010년엔 70%가 넘을 전망이다.

▷납골당 사업이 성업을 이루는 반면 이를 둘러싼 시비가 곳곳에서 끊이질 않는다. 6년을 끌어온 서울 원지동 추모공원 건립사업이 올 4월 대법원의 승소 판결을 받을 때만 해도 계기가 마련되는 듯했다. 9일엔 정진석 추기경이 탄 차량이 납골당을 추진 중인 성당 앞에서 달걀세례를 받아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납골당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심정도 이해하지만 우리 모두 언젠가는 그곳 신세를 져야 할 ‘미래의 고객’이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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