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택동]검찰수사에 섣불리 관여하다간…

  • 입력 2007년 9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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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과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의 비리 의혹에 대해 “깜도 안 되는 소설 같다”고 말한 노무현 대통령이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 대통령은 11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변 전 실장 문제는 할 말 없게 됐다”며 “정 전 비서관이 주선한 자리에서 뇌물이 건네졌고 고위 공무원이 처벌을 받게 된 만큼 부적절한 행위”라고 말했다.

최고 권력층은 평소 가까운 측근들의 말에 솔깃할 수 있다. 사건 초반에 언론의 의혹 제기와 검찰 수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 섣불리 관여하다가 ‘역풍’을 맞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2002년 7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차남 홍업 씨 관련 비리를 수사할 때 청와대가 검찰에 홍업 씨의 선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정호 당시 법무부 장관에 대해 이 같은 내용의 ‘수사 지휘권’ 발동을 요청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

청와대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으나 당시 수사팀 주변에서는 “송 장관이 압력을 견뎌 준 덕분에 수사를 계속 진행할 수 있었다”는 얘기가 정설로 통했다.

이 같은 논란이 제기된 지 며칠 만에 송 장관은 교체됐다. 그는 퇴임사에서 ‘전사이 가도난(戰死易 假道難·싸워서 죽는 것은 쉬우나 길을 내줄 수는 없다)’이라는 고사를 인용하며 “누구도 검찰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홍업 씨는 구속됐고, 청와대의 검찰 수사 개입 논란은 김 대통령의 ‘레임덕’을 앞당기는 기폭제가 됐다.

같은 해 1월 신승남 당시 검찰총장의 동생인 승환 씨가 ‘이용호 게이트’를 재수사하던 차정일 특별검사팀에 의해 구속됐다.

승환 씨는 2001년 9월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리됐다. 당시 신 총장이 직접 수사에 관여한 단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검찰 총수의 동생이 연루된 사건에 수사팀은 ‘무언의 압력’을 받았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신 총장은 승환 씨가 구속된 지 5시간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권력층은 어떤 형태로든 검찰 수사에 관여하고 싶은 유혹을 쉽게 떨치기 힘든 것 같다. 하지만 정도(正道)를 걷지 못할 경우 역풍은 거셌다. 임기 말 권력층과 최측근 인사들이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장택동 사회부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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