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인직]인터넷게임 같은 신당 경선

  • 입력 2007년 9월 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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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의 5일 컷오프(예비경선)는 대단한 ‘흥행성’을 지녔다.

오후 2시 30분만 해도 본경선 진출자의 순위를 발표하지 않겠다고 하더니 4시 20분 갑자기 1위에서 5위까지의 명단을 공개한다. 7시 50분에는 후보별 상세한 득표수와 격차가 담긴 수치를 한 방송사에 흘리더니 8시 30분에는 ‘수치가 아주 약간 틀렸다’는 말만 흘린 채 담당자가 잠적한다. 밤 11시 30분, 3시간 동안 애를 태운 사람들 앞에 이 담당자는 다시 나타나 ‘사실은 순위가 틀렸었던 거다’며 깜짝 발표를 한다.

며칠 전부터 ‘결과를 외부 공표하면 수억 원의 위약금을 물린다’는 계약을 여론조사 기관과 하며 바람을 잡았던 것이나 ‘오해’를 없앤다는 명목으로 데이터들을 금고에 봉해버렸던 연출도 돌이켜 보면 반전으로 인한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한 ‘설정’이었던 셈이다.

‘예측불가성’이란 단어를 빼고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을 논할 순 없을 것이다. 정해진 규칙 대신 유저들의 창조적 플레이스타일에 맞춰 끊임없이 새로운 장면이 연출되는 인터넷게임 같기도 하고, 정신없이 커트 커트가 넘어가는 뮤직비디오 같기도 하다. 구태여 이성적 판단을 할 필요도 없다.

하긴 본경선 개시를 일주일여 남긴 지금도 여론조사를 할지 말지, 모바일투표는 얼마나 반영할지, 아무 규칙도 안 정한 현실을 감안하면 이 당에서 예측가능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궁금증을 증폭시켰다가 경선 당일(혹은 아예 투표가 끝난 뒤) 발표하는 게 더 ‘신당스러운’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빠듯한 일정 등을 이유로 후보 상호 간 검증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들이 대표적으로 들고 있는 북한 관련 공약은 ‘대운하’ 몇 배 규모의 토목공사였다. 애초부터 정책 검증이 어려웠다. 아무도 모르는 변화무쌍 경선 규칙 탓에 경쟁구도를 검증하기도 쉽지 않다. 신당 연출진이 펼치는 ‘각본 없는 드라마’가 뭔지 기다리는 동안, 그렇게 시간은 계속 지나간다.

돌이켜 보면 대통합민주신당의 모태가 된 노무현 정부의 탄생부터 대단한 쇼였다. 노무현 후보의 역전 쇼, 단일화 쇼, 여론조사 쇼, 단일화 번복 쇼…. 그렇게 태어난 정권의 끝자락 정당답게 쇼에 능하다. 그러나 쇼의 끝은 허탈하다. 그 쇼가 얼마나 알맹이 없었는지는 이 정권의 4년 반 행태를 지켜본 국민이 너무 잘 안다.

조인직 정치부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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