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시장 쇼크 최소화에 주력할 때

  • 입력 2007년 8월 16일 2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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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대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발(發) 충격으로 한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홍콩 인도네시아 필리핀 증시가 동반 하락했다. 국제금융시장 불안은 안전자산 선호로 이어지면서 엔화 투기자금(엔 캐리 자금)의 일본 복귀를 부추기고 있다. 세계 금융의 최대 복병이라는 엔 캐리 자금이 회수되면 미국 주택금융시장에 투자한 선진국 은행뿐 아니라 일본의 여유자금이 많이 들어가 있는 신흥개도국들도 직접 영향을 받는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도 “엔화 투기자금이 급격히 청산될 경우 세계경제가 1997년 때와 같은 외환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금융시장 혼란은 한국 등 이머징 마켓에 1차적인 책임이 없다는 점에서 1997년 외환위기와는 다르다. 그렇지만 국제금융시장의 ‘큰손’에 탈이 난 만큼 위력은 더 커질 수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의 연체에 따른 주택 차압이 늘면서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더욱 위축되고, 소비 감소로 경기가 후퇴할 가능성이 높아 조기 수습이 쉽지 않아 보인다.

다행히 국내 은행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상품에 투자한 금액이 8억 달러 안팎으로 그리 큰 편이 아니다. 국내의 주택금융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한비율(DTI) 규제 등 그동안 쌓아 둔 방화벽이 높아 웬만한 외부 충격에 부실화할 위험은 크지 않다. 하지만 최근 한국은 뉴욕발 증시 하락에 미국보다 서너 배 큰 하락폭을 보이는 취약성을 보이고 있다. 외풍에 약한 신흥 금융시장의 특징이다.

최근 경제전망기관들이 실물경기 지표 호전으로 하반기 성장률을 높여 잡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추세가 꺾어지지 않도록 금융시장 및 환율을 면밀히 관찰해 원화든 외화든 신용경색 조짐이 보일 경우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외국인 자금은 이번 충격과 무관하게 연초부터 한국 증시를 떠나는 추세였다. 금융권은 위기 확산에 대비해 비상계획을 본격 가동할 필요가 있다. 엔화 자금을 빌려 쓰는 한국 기업도 많다. 외화자금은 환율위험도 있지만 해외발 충격에 훨씬 민감하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은 조심스럽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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