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 ‘이탈리아 기자 석방’ 협상모델 될까

  • 입력 2007년 7월 2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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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만에 풀려난 이탈리아 기자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의 다니엘레 마스트로자코모 기자가 탈레반에 납치됐다 풀려나 3월 20일 이탈리아 로마 인근 치암피노 공군기지에 도착한 뒤 두 손을 번쩍 들며 기뻐하고 있다. 치암피노=EPA 연합뉴스
보름 만에 풀려난 이탈리아 기자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의 다니엘레 마스트로자코모 기자가 탈레반에 납치됐다 풀려나 3월 20일 이탈리아 로마 인근 치암피노 공군기지에 도착한 뒤 두 손을 번쩍 들며 기뻐하고 있다. 치암피노=EPA 연합뉴스
올해 들어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된 외국인 인질들이 석방된 사례가 두 번 있었다. 이런 사례가 한국인 23명 피랍 사건을 해결하는 모델이 될 수 있을까.

한국인 피랍 사건은 과거 사례와 달리 눈에 띄는 차이점이 많아 직접적인 비교는 무리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전례는 나름대로 참고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탈리아 정부는 올해 3월 5일 아프간 남부 헬만드 주에서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된 자국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의 아프간 주재 특파원 다니엘레 마스트로자코모 기자를 보름 만에 구출해 냈다.

당시 탈레반 측은 아프간 정부에 체포된 동료 수감자들의 석방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탈레반이 조직원 23명을 석방하라는 맞교환 조건을 내건 현 상황과 유사하다.

아프간 정부는 처음엔 수감자 석방 불가를 선언했으나 이탈리아 측이 파병한 군 병력 철수라는 카드까지 꺼내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자 결국 탈레반 수감자 5명을 석방했다. 거의 동시에 마스트로자코모 기자도 풀려났다.

하지만 이 방식이 한국인 피랍 사건에 적용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

우선 아프간 정부가 수감자를 석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방침을 밝히고 있다. 압둘 하디 칼리드 내무부 차관은 23일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의 수감자 석방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기자 석방 때에 아프간 정부는 테러범의 요구에 굴복했다는 강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당시 여론이 악화되자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이번 거래는 단 한 번에 국한되는 일회성 거래”라고 선을 그었다.

더욱이 이번 사건은 탈레반이 요구하는 석방 대상자 수가 이탈리아 기자 피랍 때보다 거의 5배나 많고 이 중에는 탈레반 최고위급 지도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간에 대한 양국의 기여도도 차이가 있다. 현지에 2000여 명의 전투 병력을 파병한 이탈리아와 달리 한국은 200여 명의 비전투 병력을 파병한 데 불과하고 올해 말 철군까지 예정돼 있어 아프간 정부가 느끼는 부담감은 상대적으로 작을 수도 있다.

올해 4월에는 아프간 서남쪽 니므로즈 주에서 탈레반에 납치된 프랑스 구호단체 요원 2명이 풀려난 사례가 있다.

당시 탈레반은 납치한 2명 중 여성 1명을 한 달 뒤 먼저 풀어 줬고 다시 한 달쯤 뒤에야 남성 1명을 마저 풀어 줬다. 한국인 피랍자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탈레반은 납치 직후 아프간에 주둔하는 프랑스군 1000명의 철수를 요구했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는 철군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그는 인질들이 무사히 풀려난 직후에는 오히려 프랑스군 병력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을 바꿨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 씨는 당시 인질을 석방하면서 “우리는 돈이나 다른 대가 없이 이들을 풀어 줬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기는 힘들다. 증거는 없지만 돈이 오갔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았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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