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재헌]해외 원전플랜트 수주 힘 모으자

  • 입력 2007년 7월 23일 03시 04분


코멘트
원자력발전소가 향후 25년간 세계적으로 150기 정도 세워지고 여기에 필요한 건설비가 240조 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매년 10조 원 정도의 물량이라 지난해 18조 원의 해외플랜트를 수주해 경제에 크게 기여한 국내 플랜트 설계구매시공(EPC) 기업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 기업이 수주한 플랜트 프로젝트는 대부분 가스 및 석유화학산업 분야에서 생겼다. 이제 발주되기 시작하는 대형 프로젝트인 원전 건설사업에도 한국 기업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

환경 문제에 걸려 장기간 손을 놓고 있던 미국 일본 프랑스의 기업은 사업을 독점했던 연고를 앞세워 컨소시엄을 만들면서 세계 시장을 나누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환경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원전을 계속 건립해 최고의 기술 인력을 보유한 한국으로서는 아주 좋은 기회이다.

새로 형성된 대규모의 원전건립 시장에서 한국 기업은 수주 실적이 없다는 사실이 가장 큰 약점이다. 원전을 건설하려는 기업은 사업관리는 물론 설계(E) 구매(P) 시공(C) 세 가지 모두를 책임지고 수행할 수 있고 수주 실적이 있어야 한다.

가스 및 석유화학 플랜트 분야에서는 몇몇 국내 기업이 EPC 능력과 수주실적을 보유하고 있어 해외 시장의 입찰 참여가 가능하다. 하지만 원전의 경우 한국은 사업관리, 설계, 기자재구매, 시공을 여러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나눠서 담당하고 있다.

발주자가 볼 때 포괄적으로 책임을 질 수 있는 기업이 없는 셈이다. “원전을 혼자 책임지고 건설해 본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있다”고 대답할 주체가 없다. 원전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전문 연구소와 공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입찰에 참여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국내 최초의 원전은 미국의 EPC 기업이 담당했지만 이후의 원전건설에서 사업관리 및 구매는 한국수력원자력㈜, 설계는 한전기술주식회사, 시공은 국내 건설사가 분담했다.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인력이 풍부하지만 해외의 수주경쟁에 참여하지 못하면 국가적인 손실이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기술적 경제적 그리고 제도적 이유가 수없이 많다. 지금 와서 다시 따지고 싶지는 않다. 다만 한국 전체로서는 능력이 있으니까 방안을 강구해 보자는 얘기다. 원전 수주에 뒤처지면 지금도 진행 중인 원전건설기술자의 해외 유출이 가속화된다.

올해 초 국내 에너지 관련 공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모여 해외 진출 방안을 연구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이 분야에 조금이라도 경험을 가진 민간기업과 공기업이 해외 원전건설 사업에 진출하는 데 모두 힘을 합쳐야 할 때이다.

일본 기업을 중심으로 현재 3개의 컨소시엄이 구성돼 있다. 태극기를 앞세운 컨소시엄이 하나 있다면 연간 5조 원 정도의 수주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가스 및 석유화학 플랜트를 중심으로 올해 20조 원의 수주가 예상되는 해외플랜트 사업에 원전플랜트 수주를 더하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이다.

해외 원전플랜트 사업에 국내 기업이 참여하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기술은 과학기술부, 설계 및 구매는 산업자원부, 시공은 건설교통부 관할이라 하여 관련 부처가 알아서 협력하여 해결하라고 놔두면 곤란하다. 범국민적이며 범정부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재헌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 한국플랜트학회 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