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弱者 더 힘들게 만드는 ‘약자 보호 정책’

  • 입력 2007년 6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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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에게 단결권 단체교섭권은 물론이고 파업까지 할 수 있는 단체행동권을 주고,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레미콘 운전사에게 단결권 단체교섭권을 주는 ‘특수형태 근로자 보호법안’을 밀어붙일 태세다.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올 하반기부터 시행되면 정부는 ‘약자(弱者)의 권익 신장’ 치적으로 선전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일자리 감소로 약자의 구직난과 민생 악화를 부를 수 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캐디가 월급제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88%의 골프장이 캐디를 최소한으로 고용하거나 아예 없앨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2만5000여 명으로 추산되는 전국 캐디의 90%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캐디들부터가 “우리 일자리 없어지게 하는 게 무슨 보호법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보험설계사들이 단체교섭권을 갖게 되면 회사 측은 설계사 일자리를 더 줄일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인터넷 보험 가입이 급증해 설계사는 격감 추세다.

목적이 아무리 좋아도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 정책, 오히려 부작용이 많은 정책은 당연히 버려야 할 나쁜 정책이다. ‘정책은 옳은데, 골프장 경영자들이 이기적이어서 문제’라는 식으로 ‘남 탓’을 하는 것은 현 정부의 습관이지만, 이런 정부야말로 무능한 정부다. 캐디들이 법을 앞세워 집단파업을 하면 골프장 경영이 엉망이 되고 내장객도 피해를 보는데, 가만히 앉아서 당할 경영자가 어디 있겠는가.

현 정부는 ‘양극화 해소’를 절대 과제로 내세웠지만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부자한테서 빼앗아 약자에게 나눠 주겠다는 식으로 덤빈 탓에 국부(國富)를 키울 인적 물적 자원이 나라 밖으로 빠져나가 함께 나눠 먹을 파이가 커지지 않았다. 또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고 국토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며 온 나라를 들쑤셨지만 그게 오히려 집값 땅값을 급등시켰다. 그 결과가 빈부 격차의 심화다.

정부가 아파트 경비원과 수위를 위한다며 최저임금제를 확대 적용하자 주민은 경비원 수를 줄이고 있다. ‘약자를 위한 정부’라는 깃발을 펄럭이며 정합성(整合性) 없는 정책을 강행해 약자들의 삶만 더 힘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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