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정규직 대량 해고 막을 현실적 해법 시급하다

  • 입력 2007년 6월 4일 22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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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2년 이상 비정규직을 고용하면 정규직화하는 ‘비정규직 보호 3법’의 시행이 다음 달 1일로 다가왔다. 노동부는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차별금지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지만 노사 양쪽 다 불만이다.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64% 수준이다. 직장 내 각종 복지나 사회보험 가입 비율에서는 더 열악하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이렇게 차별받는 ‘2등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의 37%에 이른다. 그렇다고 ‘가슴’만으로 접근하면 사태는 더 꼬인다. ‘2년 이상 근무자의 정규직화’는 2년 후인 2009년 7월부터 적용되는데도 기업들은 벌써부터 비정규직 채용을 꺼리고 있다. 비정규직을 외면하는 판에 정규직 채용을 늘릴 리도 없다. 일부 공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는 비정규직 해고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대기업들은 경쟁력 유지를 위해 비정규직이 근무기간 2년을 채우기 전에 대부분 해고할 수밖에 없다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이 거꾸로 비정규직을 해고로 내몰게 된 것이다. 비정규직의 59%는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고용안정’이고, 66%는 ‘비정규직법 시행 때의 실직 가능성이 가장 두렵다’고 밝혔다. 차별 시정도 좋지만 자칫하다간 일자리 없는 무늬만 평등이 될 판이다. 이런 속사정을 뻔히 아는 민주노총이 ‘차별 시정의 의지가 약하다’며 비정규직법 등에 반발하는 것은 표리부동한 행태다.

대기업 노조가 고임금과 철밥통 고용으로 기업 경영을 압박하자 기업들은 비정규직을 늘려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비정규직 문제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정규직 노조가 근로조건에서 어느 정도 양보를 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비정규직 차별을 시정하기 어렵다.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는 정규직의 해고가 유연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은 정규직 채용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기피할 것이다. 기업과 근로자, 경제가 모두 사는 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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