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결혼격차

  • 입력 2007년 5월 2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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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 관한 금언(金言)은 수없이 많다. ‘결혼은 새장과 같다. 바깥에 있는 것은 필사적으로 안에 들어가려고 하고 안에 있는 것 역시 필사적으로 벗어나려고 한다’고 말한 사람은 몽테뉴다.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고 말한 인물은 악처 크산티페에게 시달렸다는 소크라테스의 ‘통찰’이다. ‘결혼하기 전에는 두 눈을 크게 뜨고 결혼 뒤에는 반쯤 감아야만 한다’(프랭클린)는 현실적 충고도 도움이 된다.

▷여기에다 ‘결혼은 가난의 탈출로’란 말을 추가하면 어떨까. 결혼한 남녀가 그렇지 않은 남녀에 비해 경제적으로 우월한, 새로운 계층을 형성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주간 이코노미스트지는 최신호에서 “미국의 경우 고소득층, 고학력자끼리의 결혼은 잘 깨지지 않는 반면 빈곤층, 저학력자끼리의 결혼은 쉽게 깨지는 ‘결혼격차(marriage gap)’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 결혼격차가 미국사회의 불평등을 심화하는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난한 남녀가 이혼까지 하게 되면 더 가난해지고, 빈부 격차도 커질 수밖에.

▷이코노미스트지는 연봉 7만5000달러 이상을 버는 계층의 92%는 양친이 있는 가정에서 태어난 반면 1만5000달러 이하를 버는 저소득층은 20%만이 부모가 있는 가정에서 태어났다고 지적했다. 양친이 모두 있는 가정이 경제수준이 높고 자녀교육에도 열의가 훨씬 높기 때문에 자녀들의 사회적 성취도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 자녀들의 학력도 부모의 결혼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이다.

▷미국 럿거스대에서 국립결혼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바버라 화이트헤드와 데이비드 포피노는 “해로하는 사람들은 결혼하지 않은 사람보다 평균 4배 정도 부유하다”고 설명한다. 가정 단위에서도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므로 함께 사는 것이 혼자 사는 것보다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결혼한 남자는 책임감이 강해서 술은 덜 먹고 일은 더 많이 한다. 같은 학력과 경력을 가진 남자 중 결혼한 남자가 독신남에 비해 수입이 10∼40% 높다는 통계도 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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