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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토종 잠자리 다 모였네…‘한국의 잠자리 생태도감’

입력 2007-05-26 03:07업데이트 2009-09-27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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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잠자리 생태도감/정광수 지음/512쪽·4만8000원·일공육사

잠자리는 땀샘이 없다. 더운 날, 땀을 흘려 몸 속의 열기를 밖으로 빼낼 수 없다. 그러니 아예 열을 받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그래서 잠자리는 햇빛을 덜 받기 위해 몸을 수직으로 치켜세우고 태양과의 각도를 줄이고자 한다. 그런데 그 모습이 꼭 발레리나를 닮았다.

유충에서 벗어나 막 잠자리 모습을 갖추었을 때, 몸에는 물기가 남아 있다. 그 물기에 햇살이 비치면 무지갯빛으로 아롱진다. 그런 잠자리들이 떼를 지어 날아오르는 모습은 환상적인 군무(群舞)가 아닐 수 없다.

잠자리는 언제 보아도 아름답고 정겹다. 어디 그뿐인가. 짝짓기 하는 암수 잠자리를 잘 들여다보면 그 몸이 연출하는 선은 하트 모양이다.

이 책엔 잠자리의 매력이 가득 담겨 있다. 한국 잠자리 125종의 생태와 특징을 풍부한 사진과 함께 자세히 소개해 놓았다.

책도 책이지만 저자 정광수(45) 씨도 특이하다. 그는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하고 현재 섬유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회사원. 2001년 봄 어느 날, 경기 고양시의 한 들판에서 잠자리의 환상적인 군무를 보곤 곧바로 잠자리에 빠져 버렸다. 주말이면 카메라 둘러 메고 가족과 함께 잠자리를 찾으러 다녔다. 6년간의 노력 덕분에 이젠 학계에서도 인정해 주는 권위자가 되었다. 올해엔 생물학과 대학원에도 진학했다.

잠자리 전문 연구자 서너 명, 잠자리 관련 책은 두세 권에 불과한 우리 여건에서 이 책은 소중하다. 특히 왕등줄실잠자리, 두점배좀잠자리 등 알려지지 않은 2종을 새로 확인한 것, 일제강점기 일본인 학자가 기록으로만 남겨 놓았던 큰무늬왕잠자리를 다시 찾아낸 것은 큰 성과다.

저자에 따르면 잠자리가 가진 최고의 매력은 비행이다.

“잠자리 날개의 진동수는 초당 20∼30회, 평균 비행 속도는 시속 60km입니다. 정지해 있다 튕겨 나가는 순간적인 가속 비행과 상하 수직 비행이 특히 대단하죠. 비행 도중 위험을 피하기 위해 갑자기 방향을 전환하는 것도 가히 놀랄 정도입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엄청난 돈을 들여 잠자리의 비행 시스템을 연구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관심과 연구가 너무 부족하니….”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잠자리 설명만 있고 사진을 공백으로 남겨 둔 경우가 몇 있다. 북한 자료에 기록만 나와 있고 실물과 사진을 아직 확인하지 못한 잠자리들이다. 그 공백을 채우는 것이 저자의 꿈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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