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손풍삼]‘책 읽는 대한민국’을 위해

  • 입력 2007년 5월 2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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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책사랑 운동이 온오프라인을 중심으로 활발하다. 뜻있는 일이다. 우리 세대가 학교 다닐 때 교육정책의 슬로건은 ‘아는 것이 힘이다’였다. 선생님들은 한결같이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했다. 서울 세종로 사거리를 지나다 보면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구호가 눈에 띈다. 금언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사람은 책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한국인의 독서에 관한 여러 가지 통계수치가 그렇고, 직접 만나는 사람에게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성인의 대화에서 책이나 독서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는 어렵게 됐다. 무엇보다 책을 구입하지 않는다고 한다. 1년에 세 권 이상 책을 사서 읽는 이가 드물다니 놀랍다.

동네 어귀의 친근했던 작은 서점이 하나 둘 사라진 모습도 오래됐다. 최근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인문학 교수님을 만나 책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그분은 굳이 다양한 책을 볼 필요가 없는 교육 시스템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대학에 가기까지 주어진 시간은 한정돼 있는데 입시 위주의 과중한 학업을 수행하자면 자연스럽게 책에서 멀어진다는 뜻이다. 다양하고 폭넓은 독서란 말은 그럴듯해 보여도 사실 입시 측면에서 보자면 효용성과 실용성이 떨어진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나이에 걸맞은 독서 능력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실했다.

돌이켜 생각하면 지도층이 자나 깨나 놓치기 싫어하는 효용성에 관해서 지난 수십 년간 욕심껏 살아 온 결과 도달한, 이 혼란스럽고 천박한 현실에 대해 덕담만 나누기는 곤란하다. 기성세대와 앞으로 이 나라를 책임질 세대가 함께 보여 주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 씁쓸하다.

효용성만 추구하는 틈에 학생들의 인지(認知)능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소위 명문대에 들어간 대학생도 창의적인 도전에 뛰어들기보다는 쉽게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을 농후하게 보여 준다. 우리 사회는 교육의 원론적인 목적과 그것이 갖춰야 할 당연한 가치로서의 실용성에 대해 심각한 오해를 하는지 모르겠다.

다양한 책을 통해 합리적인 판단력을 기르고, 삶이 추구해야 할 진정한 가치를 반성하며, 더불어 살기 위한 인간미를 갖추는 일이 모두 비실용적이라면 우리가 집착하는 실용성이란 도대체 어떤 것이고, 또 무엇을 위한 것일까? 그런 교육 과정을 거친 젊은이의 인성이 나날이 파괴된다면 교육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다행스럽게도 언론이 책과 관련한 다양한 기사를 내놓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책으로 돌아가야 한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래도 책이 필요하다. 이 단순한 진리를 잊었기 때문에 사회의 모든 소통이 왜곡됐다. 타인의 의도를 이해하지도 믿지도 못하는 사람이 됐다.

중국의 ‘예기(禮記)’에 ‘다듬지 않으면 옥이 아니요, 책을 읽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옥’으로 성장하도록 만들어 주는 진정한 실용성을 책 속에서 찾기 바란다.

손풍삼 순천향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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