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성실도 높은 지방기업 배려하는 稅政

  • 입력 2007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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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탈세 혐의가 없더라도 매출액 규모에 따라 4∼8년마다 한 번씩 정기 세무조사를 받는다. 지난날 세무조사는 조사 건수와 성과 위주의 양적 측면이 중시돼 기업에 과중한 부담을 주었던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에 국세청이 30년 이상 사업 실적이 있는 외형 500억 원 미만의 지방기업에 대해 2009년 말까지 3년 동안 세무조사를 유예한 조치는 경영환경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세청은 징세 비용이 세금 1000원당 8.1원으로 선진국에 비해 덜 든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기업과 개인 납세자가 부담하는 관련 비용은 이보다 훨씬 많다. 세무조사를 실제로 받거나 대비하기 위한 기록과 계산, 절세를 위한 시간과 인력의 투입에 다 비용이 든다. 납세 성실도가 높은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부담의 감경(減輕)은 징세 및 납세 비용의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작년 어음부도율을 보면 서울이 0.02%였던 데 비해 지방은 0.09%로 4.5배나 됐다. 올 3월 어음부도율은 서울 0.01%, 지방 0.07%다. 지방기업들이 이렇게 어려울 때 세무조사를 유예받으면 납세 비용 감소에서 생긴 여력을 생산 활동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기업이 한 지역에서 장기간 사업을 했다는 사실은 재무구조와 납세의 성실성에서 모범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전군표 국세청장은 한 인터뷰에서 “성실하게 신고한 납세자가 세금 문제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국세청의 이번 조치로 혜택을 보는 법인과 개인 사업자는 1만5000여 곳에 이른다. 국세청은 조세시효가 임박해 조사가 불가피한 기업에 대해서도 조사 기간을 절반 수준으로 짧게 하고, 금융 추적이나 거래처 조사 없이 서면 위주의 간편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방 중소기업뿐 아니라 전체 기업으로 확대해 봄 직하다.

다만 세무조사 유예 과정에서 공무원이 재량권을 남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와 관련한 민원이나 비리가 발생할 소지를 차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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