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홈]“욕심 버리고 값 낮춰 보세요”

  • 입력 2007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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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인 A(35) 씨는 요즘 집이 팔리지 않아 밤잠을 설치는 날이 늘었다. 지난해 8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 22평형 재건축 아파트를 10억 원에 사 강남 진출의 꿈을 이뤘지만 5년 전부터 살아 온 서울 마포구 공덕동 33평형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서다.

기존 아파트(현 시세 5억 원)를 8월을 넘겨 팔면 양도소득세 중과세 대상이 돼 억대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올해 초부터 매수세가 실종되다시피 하면서 집이 안 팔려 A 씨처럼 걱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부동산 침체기에 집을 잘 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쌍용건설 입주지원팀과 부동산 전문가를 통해 알아본다. 이들은 “사실 묘안을 찾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도움이 될 만한 조언들을 풀어놓았다.》

전문가에게 듣는 부동산 침체기 잘 파는 지혜

○ 한 방에 확 내려라

아파트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역시 가격.

부동산컨설팅업체인 현도컨설팅의 임달호 사장은 “안 팔린다고 값을 내릴 때는 찔끔찔끔 하지 말고 처음부터 팔릴 수 있는 가격까지 확 내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과거 고점은 빨리 잊고 욕심을 버리라는 것이다.

B(54) 씨는 이런 전략을 구사해 집 팔기에 성공했다. 그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34평형을 지난달 12억 원에 내놔 매매계약서를 썼다. 올해 초 가격(13억5000만 원)을 애써 잊고 확 낮춘 게 주효했다.

현재 11억 원대까지 호가(呼價)가 떨어진 급매물이 나오는 걸 보면서 B 씨는 자신의 결단에 안도하고 있다. 이 아파트 인근의 에덴공인 김치순 사장은 “가격 하락기에는 낮은 가격을 선점해야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실력 있는 중개업소 한 곳만 집중하라

전문가들은 신뢰할 만한 중개업소 한 곳을 골라 접촉하는 ‘전속 중개계약’을 많이 권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퍼스트의 곽창석 전무는 “노출 빈도를 높인다며 매물을 여기저기 내놓으면 중개업자들은 ‘내 물건’이라는 애착을 덜 갖게 돼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개업소 사장과 친밀도를 높이는 것도 방법.

쌍용건설 입주지원센터 이성희(43) 실장은 “‘애교 앞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때때로 김밥 등을 준비해 중개업소를 찾아 인간적으로 친해지면 중개업소에서도 ‘이 집만큼은 꼭 팔아 줘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법정 수수료 외에 추가 사례를 약속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엄격히 금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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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맥 활용과 간단한 리모델링도 효과

중개업소만 쳐다보지 말고 집이 없는 지인들에게 “내 집을 사는 게 어떠냐”고 직접 매입을 권하는 것도 좋다.

부산 동래구 사직동 C(47) 씨는 올해 1월 새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해운대구 좌동 32평형 기존 집이 팔리지 않자 친한 후배에게 거래를 제안해 성사시켰다. 매매가는 시세(1억5000만 원)보다 다소 낮았지만 괜찮다고 생각한다. 후배도 “좋은 물건 싸게 샀다”며 만족.

낡은 집이라면 거실 벽면과 화장실에 예쁜 시트지를 붙여 분위기를 화사하게 바꾸는 것도 효과적이다. 부동산 포털 사이트에 아파트 주변의 학군이나 녹지, 대형 쇼핑몰 등을 상세히 담은 홍보물을 올리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양도세 중과(重課)를 피하려는 일시적 2주택자는 한국자산관리공사에 공매 신청을 해도 된다. 단 일단 공매 신청을 하면 다른 매각 절차는 진행할 수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지난해 초부터 활동을 시작한 쌍용건설 입주지원센터는 새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기존 아파트를 팔지 못해 고생하는 입주민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해 입주율을 높이고 있다. 지난달 입주를 마친 부산 동래구 사직동 ‘쌍용예가’ 아파트는 93%의 입주율을 나타냈다.

글=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디자인=공성태 기자 coon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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