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수 前검찰총장 “대통령 측근들 ‘검찰 손봐야한다’ 흥분”

  • 입력 2007년 4월 2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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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수 전 검찰총장이 19일 오후 서울 동작구 상도동 숭실대 한경직기념관 소예배실에서 ‘교정복지론’ 강연을 하면서 재임 당시 불법 대선자금 수사 상황에 대해 밝히고 있다. 사진 제공 숭실대
송광수 전 검찰총장이 19일 오후 서울 동작구 상도동 숭실대 한경직기념관 소예배실에서 ‘교정복지론’ 강연을 하면서 재임 당시 불법 대선자금 수사 상황에 대해 밝히고 있다. 사진 제공 숭실대
송광수 전 검찰총장이 재임 중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이 탐탁지 않게 여겼으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폐지하려 했다는 주장을 폈다.

이 발언은 송 전 총장이 19일 숭실대 일반대학원 사회복지학과 ‘교정복지론’ 강의에 초빙돼 3시간 동안 수업을 하는 과정에서 ‘검찰의 독립’ 얘기를 하던 도중에 나왔다. 송 전 총장은 이용훈 대법원장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송 전 총장은 2003년 4월부터 2005년 4월까지 2년간 검찰총장을 지냈으며 재임 때 대선자금 수사를 지휘했다. 다음은 송 전 총장의 발언 요지.

▽대선 불법자금 수사=부임한 지 얼마 안 돼 ‘나라종금 사건’을 수사했다. 어려운 수사였다. 돈을 받은 사람 중에는 노 대통령의 측근도 있었다. 하지만 언론은 수사가 미진하다고 질타했다. 그래서 내가 대검 중수부장에게 나라종금 사건 기록을 직접 보고 수사의 미진한 점을 밝혀내라고 했다.

그래서 대통령의 왼팔(안희정 씨를 지칭)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법원이 증거 부족으로 기각했다. 재청구를 했는데 또 기각했다. 영장을 계속 청구하자 저 위(청와대를 의미함)에서 대단히 섭섭했던 모양이다. 우리는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해보자고 했는데 반쯤 좌절했다.

그리고 몇 달 있다가 대통령이 불법 선거자금을 쓴 사실을 알아냈다. 대통령의 측근이 당선 축하금을 받았다. 한나라당도 ‘차떼기를 했다’는 말이 있어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시작했다.

우리 역사상 그렇게 오래 수사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언론은 수사 도중 “내가 한나라당이 쓴 것의 10분의 1보다 더 썼으면 그만두겠다”는 노 대통령의 말에 주목했다. 검찰은 어떻게 하든 불법 대선자금을 더 많이 찾아내려고 했고 결국 (한나라당의) 10분의 2, 10분의 3을 찾았다.(웃음)

물론 대통령은 딱 10분의 1을 이야기한 게 아니라 저쪽(한나라당)보다는 덜 썼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검찰 수사 발표 뒤) 대통령 측근들은 “검찰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른다”며 “손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 수사의 주역이 대검 중수부였다. 그래서 측근들은 “공명심에 무리한 수사를 한다”며 중수부를 폐지하자고 했고 법무부도 (중수부) 폐지를 검토했다. 그리고 대검에는 범죄정보실이 있어서 중수부로 범죄 정보를 넘기는데, 범죄정보실도 폐지를 검토해 우리와 만날 싸웠다.

▽공판중심주의=(우리나라는) 대법원장의 권한이 크다. 검찰총장에 비할 게 아니다. 대법원장에게 잘못 보이면 임기 6년 동안 괴롭다. 그래서 (과거) 대법원장들이 판결과 판사에 대해 별 말을 안 했다.

그런데 이번 (이용훈) 대법원장은 공식적으로 판결에 대해 얘기한다. 지금 대법원장은 너무 적극적이다. (이 대법원장은) ‘검사, 변호사는 만날 거짓말만 한다’고 공개적으로 떠들었다. 자기도 변호사로 몇 십억 원을 벌었으면서 변호사들이 종이에 거짓말만 쓴다고 해서 난리가 났다. 사실 이 대법원장이 오기 전부터 공판중심주의가 대두됐다.

재판에 대한 가장 큰 불신은 양형이다. 미국법에 그렇게 환호하면서 도입하려고 하지만 ‘양형기준법’은 도입이 안 된다. 법원이 반대했나?(웃음) 우리나라에서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는데 법원이 날뛰었다. 검찰이 자기들을 애먹이려 그런다고 적극 반대했다.

▽선거법 개정=정치의 계절이 되면 정치인들이 출판기념회를 많이 한다. 출판기념회라는 것이 결국 내 얼굴 보고 한 표 찍어 달라는 거 아닌가.

근데 지방에서 선거하는 거 봐라. 명함 주고 선거운동하면 기소하게 된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수천 명을 초청해서 “잘 부탁한다”는 말 안 한다고 그게 선거운동 아닌가. 표 달라는 이야기인데…. 법이 잘못된 것이다. 고쳐야 한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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