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양단즈]“한국인 샌드위치 의식, 자신감 결여 부를 수도”

  • 입력 2007년 4월 1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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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샌드위치 의식은 한동안 분발을 자극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편견과 소극적인 태도를 불러일으켜 동아시아에서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 중국사회과학원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양단즈(楊丹志) 박사가 6일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시사주간 궈지셴취(國際先驅)도보에 ‘중-일 사이에 있는 한국의 샌드위치 심리상태’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다음은 그의 기고문 요약.》

중국 사회과학원 아태연구소 양단즈 박사 中시사주간지 기고

“최근 한국에서 한국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라는 ‘샌드위치론’이 크게 일고 있다. 이런 의식은 역사적으로도 유래가 깊고 요즘 현실에도 원인이 있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러시아, 일본, 미국의 4대 강국 사이에 낀 완충국이다. 한반도는 강대국의 이익이 서로 부닥치면서 나라가 몰락하고 분열되는 피해를 봤다. 이는 한국인에게 절대 잊을 수 없는 상처와 통한을 남겼다. 한국인 스스로 자주 말하듯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으로 혹시 대국의 주고받기 희생물이 되지 않을까 항상 우려하게 됐다.

한때 미국과 일본 등 해양세력과 중국과 러시아 등 대륙세력의 충돌설이 크게 나돈 적이 있다. 이에 따르면 한반도는 양대 세력이 충돌하는 최전선이다. 이는 또다시 한국인에게 강렬한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다.

해양-대륙세력 충돌 최전선

1970년대 이래 일본 경제의 신속한 발전과 1980년대 중국의 발전은 더욱 한국으로 하여금 이런 의구심을 갖게 했다. 주변의 양대 국가가 동시에 급부상하는 것은 한국이 직면한 하나의 객관적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경제도 똑같이 큰 발전을 했다. 한국도 ‘동아시아 네 마리 작은 용’의 대열에 들어섰다.

그러나 동아시아의 협력 과정에서 한국은 되레 강한 상실감을 느끼고 혹시 발언권이 없어져 주변화하는 처지에 놓이지 않을까 크게 염려한다.

동북아의 민족주의 발흥은 한국의 샌드위치 심리상태의 현실적 근원이다. 냉전 이후 민족주의가 전 세계로 확산됐고 동북아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중일 모두 민족주의가 높아졌다.

1970년대 이후 한국의 경제 발전은 한국의 민족주의 고양과 팽창의 주요 동인이었다. 한국은 국제무대에서도 새로운 역할을 찾아 나섰고 최근엔 동맹 외교를 크게 강화했다. 한국은 국제조직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전력을 기울여 한국문화를 전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한류’가 형성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결코 동아시아의 안보와 경제 협력 분야에서 자신의 역할을 증대시키지 못했다. 이를 보고 한국은 중-일 양국을 원망하며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한국인의 샌드위치 심리 상태는 사실상 한국인의 비정(悲情)의식과 위기의식, 자강의식이 만들어 낸 종합적인 산물이다. 이는 특정 기간 거안사위(居安思危·편안할 때에도 앞날의 우환을 염려하다의 뜻)와 자강불식(自强不息)의 분발정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다만 이와 동시에 한국인이 스스로 동아시아 정치와 경제, 안보 협력에서 편견을 갖게 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갖게 해 스스로 주도권을 행사하기 어렵게 만든다. 또 스스로 처한 환경의 불리함을 이웃 국가에 돌리는 억지를 쓰게 만든다.

개방-포용이 강국의 조건

한국인은 최근 자신감의 팽창과 결여 사이에서 크게 동요하고 있다. 진정으로 강국이 되려면 강대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도 건설해야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건강한 국민의 심리 상태다. 한중일 3국은 모두 개방과 포용의 국가가 돼야 한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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