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베 총리 눈엔 부시 대통령만 보이나

  • 입력 2007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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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그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관해 해명하고 군위안부에 대한 일본의 책임과 사과를 표명한 ‘고노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26, 27일의 미국 방문에 앞서 미 하원의 일본군위안부 사죄 요구 결의안 채택을 막고 미국 내 반일(反日) 여론을 호전시키려는 제스처 같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상대를 잘못 택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아니라 당사자인 한국 국민과 군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직접 해명하고 사과했어야 옳다.

‘일본 총리는 군위안부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라’는 내용의 결의안이 1월 31일 미 하원에 제출됐고, 2월 15일에는 하원 역사상 최초로 군위안부 피해자 청문회도 열렸다. 그런 상황에서 아베 총리는 지난달 5일 일본 참의원에서 “(결의안이 채택되더라도) 사과하는 일은 없다” “군위안부 강제 연행에 일본 정부가 개입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발언해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 여론의 비판까지 자초했다.

아베 총리는 고노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했지만 그의 생각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믿기는 어렵다. 일본 집권 자민당의 일부 의원은 미 하원의 군위안부 결의안 채택을 막기 위한 미국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나 군에 의한 위안부 강제 연행 사실이 없다. 결의안의 근거가 되는 사실관계에 잘못이 있다”고 아베 총리와 같은 주장을 했던 사람들이다. 일본 정부가 검정한 고교 교과서에 군위안부가 강제 동원됐다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도 아베 총리와는 전적으로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다.

아베 총리는 취임 초 중국과 한국을 가장 먼저 방문하며 아시아 중시 외교를 펼 듯했다. 그러나 군위안부 문제에 관한 오락가락하는 발언은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일본 정부가 일본인 납북에 대해선 강경한 자세를 취하면서 군위안부에 관해서는 피할 구멍만 찾는 이중성으로는 세계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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